《맞춤 벽지 음악》 포스터 © 케이크갤러리

김영은 작가는 《맞춤 벽지 음악》에서 소리와 공간에 관한 세 점의 연주를 솔로몬 빌딩의 1층과 엘리베이터, 그리고 6층에서 선보인다. 솔로몬 빌딩은 그 건축적 성격이 독특하다. 부채꼴 모양의 건물은 총 여섯 개의 층으로 이루어 져 있고, 각 층마다 작은 방들이 켜켜이 있어서 마치 방 너머에 다른 방이 숨겨져 있는 듯 하다.

이 공연은 이렇게 숨겨진 공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벽 너머의 작은 방들, 건물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베란다, 마지막으로 숨어 버리는 공간으로서의 엘리베이터가 그것들이다. 아마도 대부분 관객에게 소리-공간이란 낯선 범주의 것이리라 생각된다.


김영은, 〈맞춤벽지음악〉, 2014 © 김영은

소리나 청각에 관하여 기술하려는 시도는 종종 과학의 견지에서 이루어졌을 뿐, 음향적 차원이 문화적으로 그리고 역사적으로 어떤 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연 구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분야로 남아있다. 따라서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도 청각 경험에 관하여 기술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역으로 ‘듣기’라는 감각적 차원으로 우리가 경험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다양 한 문화적 맥락들이 차단되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감각 또한 정체성과 마찬가지로 구성된다는 견해에 동의한다 면, 소리-공간에 관한 이번 경험을 통하여 문화적, 사회적, 역사적으로 구성된 우리의 감각, 나아가 신체라는 이미 소여된 것들에 관하여 재고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