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의 작업은 영화, 설치, 조각, 퍼포먼스적 요소가 혼합된 복합적인 미디어 환경의 형식을 취한다. 작가는 16mm 필름 루프 머신, 영사기, 롤러, 거울, 광학 장치, 홀로그램 스크린, AR(증강현실) 인터페이스 등을 공간 안에 구조적으로 배치하며, 이미지가 투사되고 반사되는 과정을 하나의 입체적 환경으로 구성한다. 이러한 작업은 단순히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지가 생성되고 순환하는 조건 자체를 물리적으로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필름은 스크린 안에 고정되지 않고 구조물 위를 순환하거나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며, 관객은 그 움직임 속에서 이미지와 장치, 그리고 자신의 신체 사이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특히 작가는 필름이라는 아날로그 매체의 물질성과 기계 장치의 물리적 운동성을 중요한 조형 언어로 활용한다. 반복적으로 회전하는 필름 루프, 모터의 진동, 기계음, 빛의 반사와 굴절은 그의 작업에서 하나의 리듬 구조를 형성하며, 이는 영화의 본질을 ‘움직이는 이미지’ 이전에 ‘움직이는 기계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초기 영화 장치와 현대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병치하는 방식 또한 특징적인데, 이는 기술 발전의 선형적 진보를 보여주기보다 서로 다른 시대의 시각 장치들이 공존하며 충돌하는 감각적 풍경을 형성한다. 따라서 이영호의 설치는 영화 상영 장치이면서 동시에 조각적 구조물이자, 관람자의 이동과 시선을 조직하는 공간적 장치로 작동한다.
작품 속 영상 역시 완결된 서사보다는 단편적 이미지와 반복적 움직임, 루프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롤러코스터, 기계 장치, 도시 풍경, 빛의 잔상, 기록 영상 등은 서로 분절된 채 병렬적으로 등장하며, 명확한 이야기 구조 대신 감각적 충돌과 연상의 흐름을 유도한다. 이는 전통적인 영화 편집의 서사 구조보다는 몽타주와 콜라주, 아카이브적 배열에 가까운 방식이다. 특히 작가는 오래된 뉴스 푸티지, 초기 영화 이미지, 산업화 시대의 기계적 풍경 등을 호출하면서 과거의 시각 체계와 현재의 디지털 환경을 중첩시킨다. 이러한 이미지 구성은 관람자로 하여금 단일한 의미를 해석하기보다 이미지와 이미지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게 만든다.
최근 작업에서는 안개, 반사광, 프로젝션 맵핑, 증강현실 인터페이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보다 비물질적이고 몰입적인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빛과 사운드, 영상과 공간은 서로 독립된 요소가 아니라 하나의 감각적 시스템처럼 작동하며, 관람자는 작품 내부를 이동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각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영호의 작업은 완결된 이미지를 제시하기보다 불완전한 투사, 어긋난 루프, 노이즈와 오류 등을 드러냄으로써 기술 매체의 불안정성과 감각적 균열을 노출한다. 이러한 형식적 특징은 동시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인간의 시각 경험이 어떻게 구성되고 해체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