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필름 머신_플립 플랍 로코〉, 2021, 멀티미디어, C-스탠드, 홀로그램 스크린, 스피커, HD 비디오, 6분 30초, 가변크기 © 이영호

필름영사기와 사진 이미지사이로 멀티스크린과 프로젝터 설치 영상이 겹치고, 이는 관람자와 상호작용으로 생성되는 AR 증강현실의 가상이미지까지 중첩된다. 이미지들은 투사와 반사 속에서 미세하게 이탈하는 시간성까지 모든 것이 계산되고 통제되어 적절한 질서를 갖추었다. 공간 전체에 알차게 들어찬 광학기계 장치가 모두 동기화로 연동되었고 쏟아지는 영상의 움직임과 작동하는 기계음은 익숙한 감각 과잉의 신호작용 그 자체다.

이는 마치 미디어 컬렉션이자 아카이빙이며, 포토나 영상 콜라주를 넘어 근현대를 아우르는 일종의 미디어 콜라주 실험이라 할만하다. 기술 상대적인 역사적 장치들은 이질적인 비물질 간 파편화의 연쇄반응을 일으키고, 메타-기계로서 현실의 다상성 또는 발전과 비트 개념을 부정적 측면을 환기한다.

창조적 작동-오작동의 긴장에 오는 균일한 리듬과 이미지들은 다층적인 참조를 통해 기계문명에 대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추적하게 하고, 근대 발명품으로서의 하이테크놀로지 발전이 가꾸로 증명하는 폐허를 드러낸다. 영화나 AR이 우리의 광학기계에서 비인도적인 대량살상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나, 전기 차단 한 번으로 눈앞이 암흑으로 사라지는 부조리한 순간 말이다.

이영호의 개인전 《일정한 리듬》은 작가가 수년간 필름루프머신에 집중해 치열하게 고민해온 영화와 그 메커니즘의 재맥락화 작업을 공간으로 한 것. 이는 마치 멀티미디어디스플레이 종합체 같았던 전시 《블랙 마리아_필름의 오작동》(2022)의 압축 버전과 같다. 더욱 모호하고 복잡하게 융합한 모빌-사진-영상-가상이미지 콜라주와 함께 강제된 기계음을 전시명으로 제시하며 장치 간 상관성을 추적하고 있다.

특히 관람자의 태도는 유기적인 필름 기계 장치의 해체와 변위로 불안전하고 미작동에 대한 불안을 존재론적 태도는 작업 〈모빌〉을 감상하는 것으로부터 영화의 연속적 움직임에 대한 몰입으로 전환된다. 더하여 AR 작업인 〈플립 플랩 로코(Flip Flap Loco)〉의 추가로 관람자의 공간 인지는 능동적인 동선 탐구에 의한 감각으로 확장된다.

매체가 작업의 주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에 대해 작가는 “매체란 기술적 여건과 사회적 관습의 매트릭스라는 새로운 인식의 장”이자 일종의 “융합플랫폼”으로 의미를 강조함으로써 대응한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를 기준으로 삼는 전략은 근본적인 축을 잃지 않으려는 몸부림이다.

이미 영화 프로덕션은 디지털화되어 필름루프머신은 희귀한 장비가 되었고 우리 현대인의 기억에서 희미해져 상대적으로 고고학적 미디어로 취급되고 있다. 이영호는 필름영상기라는 광학 발명품과 회피(回避)성의 빛을 탐구하면서 인식의 변천사를 추정한다. 영화가 그랬듯, 1895년에 탄생한 롤러코스터의 변천사를 ‘대한뉴스’ 자료에서 푸티지로 활용하고 우주전쟁에 복무하는 군사로봇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겹쳐 넣어 놀이에서 군사용으로 전환된 사례들을 아카이빙 하면서 광학 매체의 하나인 AR까지 결국은 미래무기로 활용되는 현실을 꿰뚫는다.

그리고 이렇게 가공현실의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환경이 긍정과 부정을 동반하며 우리 일상을 어떠한 방향으로 변모시킬지 의심한다. 동시에 마치 근대적 속도에 익숙해진 인간이 영화라는 발명품-매체 환경을 동화하여 영화적 인간으로, 다시 가상 환경과 포스트디지털 인간으로서 또 다른 속도에 적응하고 있음을 후퇴 없는 “일정한 리듬(forced rhythm)”을 통해 보여준다. 인간도 기계 대체로서, 또는 기계를 탑재한 기계 환경 인간으로서 기계적 정서나 감성의 교차점을 탐색한다.

이는 1990년대 양질의 신시사이저(synthesizer)와 악기 산업의 전성기와 함께 등장한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기이한 전자음악을 떠올리게 한다. 최근 별세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멤버로 있던 YMO는 기존 대중음악의 상식을 탈피한 시도로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함과 동시에 기계적 효율성에 반하는 오류나 잡음까지 음악으로 확장했고, 영화나 게임의 효과와 이미지까지 삽입하는 그들의 실험은 대중적으로 통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를 고무시킨 지점도 소위 MZ세대 관람자들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태도와 이해력이다. 우리는 세대를 넘어 또 다른 차원의 미래기계의 리듬 속으로 이미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