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 Shin Kiwoun

대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 개최하고 있는 신기운 작가의 개인전 중 지난 22일 오후 ‘작가와의 만남’ 행사가 진행됐다. 신기운 작가는 전시장을 찾은 관객 앞에서 자신의 작업 세계를 풀어놓았다.

전시 제목은 《객관화하기(Objectify)》였지만, 그가 들려준 이야기는 주관적인 삶의 궤적에 가까웠다.

그는 “어릴 적 내 놀이터는 아버지 작업실이었고, 아버지가 쓰던 물감과 화이트는 내 장난감이었다”라는 말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의 서두를 열었다.

신 작가는 ‘정직한 회화’의 예로 설계도를 꼽는다. 누락이나 미화, 과장 없이 사물의 구조를 드러내는 도면은 그에게 회화의 또 다른 방식이다. “미대에 진학해 회화를 공부했지만, 중학교 때 기술 시간에 배운 제도가 더 편했다. 선 긋는 것은 내게 너무 익숙한 일이다.”

전시장에는 전투기, 로켓, 아파트, 만화 캐릭터 ‘아톰’의 구조가 도면처럼 구현돼 있다. 대부분 3D 프린터로 형상을 제작한 뒤 울트라마린 블루 색면 위에 흰 선으로 구조선을 덧입인 작업이다.

그는 “설계도(blueprint)의 전통 색이기도 하고, 중세 회화에서는 울트라마린 안료가 가장 비쌌다. 금보다 귀한 색으로 기술과 예술 모두에서 파란색은 최고의 상징이었다”며  파란색에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관객과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정면은 그리는데 왜 뒷면은 안 그리나?”라는 질문에 신 작가는 “아직 내가 상상하지 못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으며, 작업의 확장 방향에 대해 그는 “요즘은 비행기보다 집에 더 마음이 간다”고 말했다. 

김옥렬 현대미술연구소 대표는 “예술은 본질적으로 감추는 언어인데, 신기운 작가가 설계도의 구조성을 회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질문하고 있다”며 “작품은 회화의 정의 자체를 다시 묻는 현대미술적 시도로 읽힌다”고 해석했다.

관계자는 "이 전시는 신 작가가 자신의 삶과 기억을 조형 언어로 재구성한 결과물로 그에게 설계도는 더 이상 기술 문서가 아니다"며 "감정과 구조, 기억과 재료가 만나는 그 지점에서 ‘정직한 회화’는 지금도 계속 그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31일까지 대구 아트스페이스펄에서 이어지며, 관람은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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