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 〈#Tribunalism〉, 2023, 컴퓨터 2대, UV 조명 7개, 스마트 전구가 장착된 벽등 9개, 스피커 4개, 무선 헤드폰 8개, 프로젝터 1대, 가죽 소파 3개, 가죽 카펫 2개, 약 9분, 가변크기 © 박성준

이 작품은 융복합 전시/공연인 《Cinema Experience, With Space Without Screen II》 (2021)의 특정 장면을 발췌하여 새롭게 재구성한 것이다. 현대 사회의 불안과 욕망이 함께 커져감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심리적 경계가 무너져가고, 자신의 불안을 타자의 불안으로, 하나의 욕망을 다른 욕망으로 대체하는 과정 (알랭 드 보통, 『불안(Status Anxiety)』 ,2004)에서 결코 단순하지 않은 관계의 폭력과 갈등 구조를 시청각적으로 형상화했다.

작품은 이른바 ‘미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자들’과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는 자들’의 파편화된 목소리를 영화적으로 편집하여 심리적 공포와 긴장을 조성하는 가운데, 다중적 욕망의 결을 드러낸다. 미디어가 자본주의 체제와 결탁하여 생산해내고 부추기는 광기와 그로부터 연유하는 정신분열적 상황들이 단편적인 단어와 문장을 통해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사랑했어요, “다 지난 일이잖아”와 같이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말들, 혹은 뉴스나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상투적인 문구들이 눈에 보이지는 않으나 수많은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날카로운 사운드 조각처럼 들리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재판이나 심리(포토) 과정에서 진술하듯 권위에 호소하거나, 지극히 개인적인 어투로 자신을 드러내는 목소리의 파편들이 서로 맞물리고 조금씩 다르게 변주되면서, 대립적 구조에 기인한 것 처럼 보이는 갈등 관계가 사실은 선악이나 흑백의 구분으로는 정의되지 않음을 암시한다. 예컨대 미래를 선취함으로써 현재를 무용하게 만드는 위협은 법의 자의성 아래 희생되거나 배제되는 자들의 목소리가 주권자와 마찬가지로 법 밖에 존재하게 되는 상황을 드러낸다.

소위 ‘무결한 법’의 테두리 밖 존재를 상징적으로 형상화한 세 개의 소파가 공간을 점유한다. 관람객은 적나라하게 현실을 참조한 이 허구의 상황 속에서 욕망의 주체 혹은 객체가 되는 간접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매우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간별로 분절되는 정서적 보편성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사회적 현실과 내면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을 유도한다. 정교하게 설계된 인터랙티브 사운드와 조명효과는 소파, 오브제, 그리고 벽에 장식된 패널 몰딩(웨인스 코팅)까지, 영화 세트장처럼 마련된 전시 공간과 어우러지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