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니다킴의 작업에서 소리와 공간은 초기부터 긴밀하게 결합해 왔다. 그는 필드 레코딩으로 채집한 일상의 소리를 직접 제작한 ‘사운드스케이프 장치(Soundscape Apparatus)’에 기록하고 재생하며, 여러 장치를 공간에 배치해 소리가 고정된 음원이 아니라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계속 달라지도록 구성했다.
작가가 이를 ‘공간 작곡’이라 부르는 것은 공간의 물리적 구조와 그 안을 이동하는 신체, 소리의 발생과 소멸을 함께 작곡의 요소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후의 작업에서도 관람객은 이미 완성된 소리를 듣는 데 머물지 않고 벽에 접근하거나 소리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공간의 음향적 관계를 직접 변화시킨다. 이때 발생한 소리는 관람객마다 다른 움직임에 따라 매번 새롭게 구성되며 기록이나 동일한 재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간적 접근은 점차 독립된 사물과 기계장치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후니다킴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스피커, 마이크로컨트롤러, 각종 센서, 3D 프린팅, 금속과 아크릴 등을 결합해 기능을 가진 듯 보이는 오브제를 제작한다. 〈디코딩을 위한 돌 #00〉은 샌드 3D 프린팅과 ToF·온도 센서, 스피커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결합하며, 〈ATTUNE〉은 GPS 스마트폰 앱과 컴퓨터, 앰프, 스피커 등을 설치 구조 안에 연결한다.
‘네오 프로덕트(NEO PRODUCT)’에서 이러한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구나 생활용품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프로덕트의 외형과 사용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실용성 대신 감각과 사고를 전환시키는 기능을 부여한다. 따라서 작품의 외형은 매끈하게 설계된 제품, 실험용 프로토타입, 조각과 전자기기 사이를 오가며, 기술적 기능과 조형적 형태가 서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제시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관람객의 신체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확대된다. 높이 약 2m의 ‘데이터스케이프’ 내부에는 라이다 센서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8채널 스피커 등이 결합되어 있으며, 라이다가 360도로 읽어낸 거리와 위치 정보를 시각과 소리로 변환한다. 관람객은 장치를 몸에 연결한 채 미술관을 이동하면서 자신의 앞뿐 아니라 등 뒤의 공간과 대상의 움직임까지 데이터로 감지한다.
화면의 이미지, 사인파와 화이트 노이즈, 간헐적으로 개입하는 구체음은 기존의 눈과 귀가 받아들이던 공간을 전혀 다른 시청각적 구조로 재편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멀미와 무게감, 느려진 움직임 같은 신체적 불편까지 작품의 형식에 포함되어 기계와 신체가 서로의 리듬에 적응하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후니다킴이 설계하는 작품에는 기계장치 외에도 매뉴얼, 안내문, 퍼포머와 진행 절차가 적극적으로 포함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 관람객은 장치를 착용하기 전 『관점의 매뉴얼』과 『바라보고 읽어내는 장치』를 읽고 안전수칙과 운행법을 숙지한 뒤, ‘내비게이터’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장치를 경험한다. 이 문서들은 기계의 작동법만 설명하지 않고 “내가 움직이는가? 주변이 움직이는가?”와 같은 질문을 제시해 관람객이 자신의 감각을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
장치, 글, 음향, 신체적 이동, 대화와 절차가 서로 연결되면서 작품의 내용은 특정 이미지나 메시지에 집중되기보다 관람객이 작품과 접촉하는 과정 전체를 통해 전달된다. 후니다킴에게 인터페이스는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표면에 그치지 않는다. 낯선 사용법을 익히고 몸을 조정하며 소리와 데이터를 해석하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읽는 방식이며, 관람객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감각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직접 시험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