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주의자들》 포스터 © 아트센터 예술의시간

올더스 헉슬리 Aldous Leonard Huxley, 윌리엄 깁슨 William Ford Gibson, 테드 창 Ted Chiang, 가즈오 이시구로 Kazuo Ishiguro는 미래 과학기술의 발전이 사회와 개인의 삶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세상에 내놓은 작가들이다. 이들은 놀라운 상상력과 통찰력으로 미래와 현재를 잇고, 작품을 통해 세대와 세기를 넘나들며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네 명의 소설가는 각자 자기만의 방식으로 미래를 전망했다. 미래를 예견한다는 것은 현재와 맞닿아 있기에 가능한 것이며, 미래를 말할 수 있는 것은 현재가 과거로부터 기인한다는 역사의 상호연결성을 전제하기에 가능한 것이다. 그렇기에 소설가들의 전망은 허구적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성을 확보한 미래 사회 전망으로 이 소설가들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낙관주의자들》은 귀 기울이고자 한다.
 
‘낙관주의자’는 밝은 미래를 전망하는 희망의 힘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방관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을 가리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한 낙관주의자가 어떤 미래를 꿈꾸는가에 따라 삶을 대하는 그의 태도와 자세가 결정될 것이며, 그가 경험하는 모든 관계의 네트워크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그리고 타인과 맺는 관계의 연결망은 다시, 시대의 양상 Zeitgeist 을 결정지을 것이다.
 
《낙관주의자들》은 개개인과 현시대의 상태가 만들어낸 복잡한 그리드의 한가운데서 고민한다. 특히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우리가 타인과 맺고 있는 관계 지형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초연결사회의 촘촘한 네트워크 안에서 우리는 무엇에 희망을 걸고 무엇에 저항하며 살아가고 있는가를 질문한다. 다가올 21세기를 ‘와우! 멋진 미래!’라고 기대했을 20세기의 현대인들은 상상했던 것보다 시시한 21세기를 맞이하자 먼 미래까지는 전망할 의지를 잃어버린 채, 차라리 가까운 미래만을 막연히 낙관하는 자세로 살아가고 있는 듯 보였다.

《낙관주의자들》은 미래를 바라보는 오늘, 우리의 태도를 관찰하고, 현 시대의 상태와 우리의 상태가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돌아볼 시간과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낙관주의자들》의 참여 작가-김영글, 김유정, 문서진, 송지혜, 장성은, 장입규, 조희수-와 네 명의 SF 작가-올더스 헉슬리, 윌리엄 깁스, 테드 창, 가즈오 이시구로-는 이것을 위해 복잡한 그리드 위에서 만나고 있다.
 
아래의 인터뷰들은 ‘만약 이 작가들이 미래 사회에 관한 그들의 관점과 전망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함께 출연하게 된다면?’이라는 상상으로 구성하고 편집한 것이다. SF 작가들의 인터뷰는 그들의 책을 기반으로 하였고, 전시 참여 작가들과의 인터뷰는 직접 대면하여 나눈 대화 내용을 재구성하고 편집한 것이다. 인터뷰를 전제로 그들을 만난 것이 아니기에 형식면에 있어서는 가상이지만 내용에 있어서는 삶과 작품에 대한 작가들의 태도와 생각이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실제적이다. 다만 작가의 말을 그대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재해석의 여지가 있음을 밝혀 둔다. 《낙관주의자들》이 불길하지만 희망적인 미래를 말하는지, 희망적이지만 불길한 미래를 말하는지는 해석의 핵심이 어디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아래에 이어질 인터뷰 마지막에, 당신의 인터뷰가 연결되는 상상을 해 본다.

《낙관주의자들》 전시전경 © 아트센터예술의시간

장성은:
그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고독은 있습니다. 고독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차이가 있을 뿐, 우리 모두에게 고독은 존재합니다. 저는 고독을 느끼는 이유와 상황보다는 고독 그 자체를 들여다봅니다. 형체가 없는 고독이지만 고독은 사람에게 스며들어 있다가 어떤 모습이나 표정, 색깔이나 분위기 같은 것으로 드러나죠. 저는 이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고독은 혼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상대로부터 기인한다고 생각해요. 관계로부터 멀어졌기 때문에 고독하기도 하지만, 관계 안에 있으면서도 고독하기 때문이죠. 인간에게 있는 헛헛함과 공허함, 까닭 없는 슬픔 같은 감정들은 인간 내면과 관계 안에 얽힌 유무형의 다이내믹 안에서 폭발하거나 더 깊숙이 침잠합니다. 연결되어 있음에도 더 넓고 깊은 연결을 원하는 이 시대의 개인은, 여전히 혼자이며 고독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아직 자신을 온전히 이해할 타인 찾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면, 당신은 여전히 내면 깊숙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끊임없이 좌절하지만, 또 끊임없이 자신을 응원하는 이 반복을 멈추지 못한다는 어느 글귀에서처럼, 고독 가운데 길을 찾아 자신과 타인 앞에 다시 서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