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r image of 《Spa & Beauty Seoul》 © SONGEUN

송은 아트스페이스는 국내 젊은 작가들의 역량을 키우고 이들의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지원하고자 작가를 선정해 개인전을 개최하고 있다. 2018년 그 일곱 번째 기획으로, 본인의 몸을 매개체로 하여 직접 수집한 다양한 인체 모형, 각종 기구와 도구 등의 사물에 자신의 관심사와 욕망을 투영하는 작업을 선보여온 정금형 작가의 개인전이 개최된다.

연극과 무용을 전공한 정금형은 진공청소기 등의 사물과 공연한 〈7가지 방법〉(페스티벌 봄, 2009), 운동기구 사용법을 소개하며 오브제와 몸의 관계를 탐색한 〈휘트니스 가이드〉(두산아트센터, 2011) 등의 주요 퍼포먼스를 통해 사물이 사물 고유의 작동방식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능과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신체와 사물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사물을 본인과 교감하는 상대역으로 탈바꿈시켰다.

제16회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수상자로 서울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의 첫 개인전 《개인소장품》(2016)을 개최한 정금형은 그 동안 수집해 온 사물 컬렉션을 소개하고 좌대 위에 올려놓은 사물의 배치 방식과 진열 순서를 통해 신체와 사물의 기능적인 요소가 맺는 통상적인 관계의 재배열을 시도했다.

이후 영국 델피나 재단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 《Private Collection: Unperformed Objects》(2017)에서는 퍼포먼스를 위해 수집한 사물들 중 아직 무대에서 사용하지 않은 사물들만 선별하여 이들의 잠재력을 조명했다. 델피나 재단에서의 개인전은 송은문화재단의 지원으로 작가가 2017년에 3개월간의 델피나 레지던시 기간을 거친 뒤에 진행되었다.

송은문화재단은 한국작가 지원의 폭을 해외로 확대하고자 2015년부터 영국 런던 소재의 델피나 재단과 협력하여 송은 작가를 일년에 한 명 선정, 3개월간의 델피나 레지던시 참여를 지원하고 있다. 2016년에는 송은문화재단 유상덕 이사장이 몽블랑 문화재단 주관 ‘2016 몽블랑 문화예술후원자상’을 수상하여 한국 작가 한 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상금전액을 델피나 재단에 기부하였다.

이 시기 델피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주제였던 “Collecting as Practice”에 정금형 작가의 작업이 부합하여 송은 작가 외에 추가적으로 정금형 작가가 2017년 델피나 레지던시 지원에 선정되었다. 이 기회로 정금형은 델피나 재단 레지던시에 참여한 뒤 델피나에서의 개인전과 테이트 모던에서 개인전 및 퍼포먼스를 개최하는 등 해외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폭넓은 활동과 성과를 보여주었다.

Geumhyung Jeong, Spa & Beauty Seoul, 2017-2018 © Geumhyung Jeong

이번 전시 《스파 & 뷰티 서울》(2018)에서 정금형은 퍼포먼스에서 사용하였거나 사용하려 했던 작가의 사물들을 분리 및 해체하여 소장품의 형태로 보여주었던 지난 개인전 이후에 새롭게 수집하고 제작한 소장품을 소개한다.

이는 2017년 10월 런던 테이트 모던의 《Tate Live: Geumhyung Jeong》에서 선보였던 신작 〈Spa & Beauty〉를 송은 아트스페이스 공간에 맞춰 새로 구성한 것으로 한국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작업이다. 본 작업은 각종 바디 브러쉬나 스펀지 등 신체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한 ‘스파 & 뷰티’ 제품과 제품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자기 자신의 몸을 낱낱이 보살피고 사랑하기를 권하는 ‘셀프케어’ 제품들은 사용 후 제품 청결 유지를 위해 사용자의 관리 또한 요구한다.

제품 사용시 브러쉬로 몸을 문지르지만 몸으로 브러쉬를 문지르기도 하는 양방의 행위는 제품의 기본적인 속성으로 정금형이 지금까지 퍼포먼스에서 본인의 신체와 사물을 통해 보여준 움직임과도 닿아있다.

Installation view of 《Spa & Beauty Seoul》 © SONGEUN

작가는 ‘스파 & 뷰티’ 사물의 의인화를 시도하면서 사물의 ‘털(毛)’에 집중한다. 이 과정에서 수집한 각종 브러쉬와 분장용 수염, 마네킹 등의 사물들은 작가의 질서에 의해 서로 연결되고, 송은 아트스페이스 공간의 고유한 특성에 따라 다시 분류된다. 관객의 이동경로를 고려하여 각 층의 공간별로 기준을 적용한 사물의 배치는 관객들이 전시장을 투어하며 신체와 사물간의 내러티브를 유추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첫 번째 전시공간인 2층의 〈스파 & 뷰티 그린〉에서는 작가가 엄선한 핸드 & 네일 브러쉬, 드라이 브러쉬, 풋 브러쉬, 샤워볼 등의 브러쉬들이 작가가 정한 사용 순서와 색상, 털의 질감을 기준으로 분류되어 진열된다. 박물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형태의 좌대에 놓여진 브러쉬들, 제품 광고 영상, 작가가 모델로 등장하는 사진에 콜라주한 제품 관련 정보들이 함께 소개된다.

Installation view of 《Spa & Beauty Seoul》 © SONGEUN

〈스파 & 뷰티 그린〉의 ‘브러쉬 털’은 다음 전시 공간인 3층의 〈스파 & 뷰티 옐로우〉에서 ‘인간의 털’로 이어진다. 다양한 색상과 크기와 질감을 지닌 분장용 수염이 진열되어 있고 인간의 털 혹은 인간의 털을 모방한 사물의 털을 관찰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수염용 발모제, 수염을 더욱 풍성하게 관리해주는 제품, 수염의 효과를 보여주는 마네킹 등의 오브제와 수염 분장 및 수염 이식 수술 등에 대한 영상이 소개된다.

〈스파 & 뷰티 옐로우〉에서 좁은 통로를 지나 3층 안쪽의 밀폐된 공간에 도착하면 〈스파 & 뷰티 아마존〉에서 브러쉬 제작 과정이 소개된다. 먼저 마주하는 공간에서는 브러쉬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어 만드는 핸드 메이드 브러쉬의 제작영상이 상영되고, 그 옆에는 브러쉬에 사용하는 털의 종류와 핸드 메이드 제작 매뉴얼을 스크랩한 액자가 걸려있다.

안쪽 벽 뒤의 공간에서는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레디메이드 브러쉬의 기계적인 제작 과정이 두 개의 화면으로 나뉘어 상영되고 더불어 브러쉬 제작 기계의 종류를 소개하는 인쇄물이 전시된다.

Installation view of 《Spa & Beauty Seoul》 © SONGEUN

마지막 전시 공간인 〈스파 & 뷰티 옐로우 그린〉이 전시되어 있는 넓고 조용한 공간은 전시 기간 중 이틀간 작가의 퍼포먼스가 진행된 곳으로, 지금까지 2층과 3층에서 본 사물들이 뒤섞여 ‘남자’ 마네킹에 결합된 ‘스파 & 뷰티 인간형 브러쉬 제품’들이 놓여있다.

턱수염과 가슴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박혀있는 핸드 & 네일 전용 브러쉬 가슴과 다리 등에 심어진 드라이 브러쉬 얼굴이 달린 욕조의 가슴팍을 채운 풋 브러쉬 몸 구석구석에 부착된 전신샤워용 샤워볼과 스펀지 등

전시장에 다소 기괴한 모습으로 설치된 이 사물들을 작가가 어떻게 사용할지 상상해보면, 신체의 다양한 부분을 인간 브러쉬로 마사지하는 장면과 동시에 ‘인간’이 ‘사물’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듯한 모습이 중첩된다. 주체와 객체의 관계가 애매해지고, 능동과 수동은 모호해지는 끊임없는 전복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정금형은 자신의 신체와 의인화된 사물 사이의 잠재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들의 관계를 주시하고 그 의미를 질문하게 한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