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 Hye Yeom, Wonderland, 2012 © Ji Hye Yeom

작가가 표현하고 있는 작품 세계에는 어떠한 정치적 행위나 이념을 주제로 언급한 부분은 없는 듯 보인다. 단지 작가 자신이 현재 머물고 있는 현실, 상황 그 자체에서 현존재로서만 그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에서 보여지는 내러티브는 새로운 질서체제를 모색하고 제안하고자 하는 우리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의 영상 속 실제환경과 그 안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의 행위들은 사람들을 일괄적으로 표준화시키는 사회적 현상들에 비켜서려는 작가만의 부드러운 표현방식으로 표출되고 있다. 어쩌면 작가는 자신의 예술적 사유, 사회적 현상에 대해 흔들리는 개념을 직접 행위로 보여주면서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념을 파괴 하기 위한 방법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 방법으로 판타지를 만들어 가상으로서의 현실과, 현실로서의 가상이란 인과관계를 구성하고 있는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는 한 인간으로서의 감정, 즉 사실 그대로를 전하는 진정성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여기서 작가가 그토록 걷고 달리며 찾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경험 했던 모든 곳,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이곳, 어쩌면 세계라는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문제 삼으며 보편적인 상황에 따르는 안위나 즐거움이 아닌 덧없는 걸음일지라도 진정한 리얼리티를 위해 고민하는 자기검열의 흔적들이다. 그것은 그 어떠한 관념적인 의미로도 해석될 수 없는 열린 사유의 경험을 위해 현실을 무한히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여기서 확장된 다양한 의미 중에서도 삶에 있어서 모호한 제도들에 가려진 너와 나, 그리고 세계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의지가 엿 보인다는 점과 인간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알 수 없는 편향된 사유를 비틀기도 하는 재치 있는 장치들을 구성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영상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모든 행위가(의식했던 그렇지 않던)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의 무거운 사실들에 대한 관념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유를 향해 가도록 조용하게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진부한 자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점점 하나가 되어 가는 가치관으로는 방해 받을 수 없는 다양한 방식의 존재 양식이 있다는 것에 그 의미를 두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회적 규칙안에서 작동되는 모든 현상, 행동 속에서 주체가 누구인지 그 주체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