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Shin Min’s work © Changwon Sulpture Biennale

2024 제7회 창원조각비엔날레는 김혜순 시인의 시 「잘 익은 사과」의 문장 《큰 사과가 소리없이》를 제목으로 조각을 바닥에 가깝게 수평적으로 눕혀본다. 이때 조각의 수평성은 제도 안과 밖을 넘나들고, 조각과 언어, 노동과 산업, 지역과 지역의 관계를 질문케하는 구체적 단서이자 세계를 보는 방식이다. ‘새기다(scul)’라는 어원을 지닌 조각(sculpture)은 ‘쓰기’의 행위와 결부된다. ‘쓰기’의 정신은 도시를 기록하고 그 안에서 살아온 수많은 주체들을 여기로 불러낸다. 전시는 시간의 지층 위에 조각이 쌓아온 특유의 언어를 다시 쓰기 위해 발굴의 정신과 연결의 태도를 관객들에게 제안한다.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한국 근현대 계획도시에서 발굴한 네 곳의 공간을 큰 사과이자 큰 전시 도면 삼아 동시대 예술가들의 조각의 시간을 구축한다. 전시장 사이사이에 끼어든 공간은 비엔날레에 참여한 63팀(86명) 작가들이 각각 쌓아올리고 움직이고 해체하는 조각의 시간에 휩싸여 새로운 물질의 감각과 정신을 제시한다. 전시는 따로 떨어진 길 사이 위에 관객들이 찍어낸 이동의 별자리를 조각을 바라보는 ‘시점의 자리’로 만든다.

성산아트홀 건물 내외부에 침투하는 수평적 동선, 동남운동장에서 보여지는 조각이 갖는 밤 시간, 성산패총의 전시관 기둥, 언덕과 교차하는 조각과 한국 근현대의 공업 도시 풍경이 관객을(우리를) 조각의 저돌적인 속도 안으로 이끄는 것이다. 《큰 사과가 소리없이》는 바깥의 배경과 더불어 청각성과 움직임이 한 축에 작동한다. 조각을 둘러싼 이곳의 소리는 공간 곳곳에서 베어져나와 조각에 관한 조용하고도 낯선 울림을 경청하게 할 것이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