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의 살 - K-ARTIST

소리의 살

2017
멀티채널 사운드 설치, 스피커, 나무벽
가변크기, 6분 12초

About The Work

김영은은 지난 20여 년간 소리와 청취를 중심 매개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의 감각 구조와 제도화 과정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운드를 매체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소리가 사회적·정치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규범화되고 위계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근대화, 식민화, 군사주의,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청각 체계와 감각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되짚으며, 공식 역사와 제도적 기록에서 누락되거나 비가시화된 서사들을 청취의 행위를 통해 다시 호출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법론을 ‘소리 민족지학(sonic ethnography)’에 가깝게 확장해 왔다. 이는 현장 기록이나 음향 수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장소에 축적된 감각적 기억과 권력 관계를 청각적 층위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김영은에게 소리는 하나의 물리적 현상인 동시에, 식민 권력과 제도적 번역, 문화적 동화 과정이 남긴 흔적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그는 서구 중심의 시각 체계가 지배해 온 지식 생산 구조에 질문을 던지며, 청취를 또 다른 인식론적 실천으로 제안한다.

김영은의 작업은 사운드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드로잉, 악보, 출판물, 아카이브 리서치 등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전개된다. 그는 소리를 단독적인 청각 경험으로 제시하기보다, 특정한 공간과 신체, 시간의 감각 속에서 복합적으로 체험되는 환경으로 구성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소리는 단순한 재생 음향이 아니라, 진동과 반향, 이동과 잔향을 포함한 물질적 현상으로 다뤄지며, 관객은 이를 통해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다시 감각하게 된다.

개인전 (요약)

김영은은 2006년 인사미술공간을 시작으로 대안공간 루프(2009),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와 문래예술공장(2011), 솔로몬 빌딩+케이크갤러리(2014), 비지터 웰컴 센터, 로스앤젤레스(2019), 송은(2022)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영은은 국립현대미술관(2025, 2020), 광주비엔날레(2024), M+ 미술관(2023), 카셀 독페스트(2023), 베른 미술관(2021), 서울시립미술관(2021, 2016), 송은(2022, 2017), 삼성미술관 리움(2016), 하이트컬렉션(2015) 등에서 열린 주요 단체전과 스크리닝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영은은 2025년 올해의 작가상 최종 수상, 2023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한국경쟁 단편 작품상, 2017년 송은미술대상 대상과 프리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영예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영은은 라익스 아카데미(2014-2015)와 Q-O2: Workspace for Experimental Music and Sound Art(2018)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영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송은문화재단, 코리아나미술관, 라익스 아카데미, 지그 컬렉션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사라진 소리, 이름 붙여지지 못한 감각, 기록되지 못한 진동들

주제와 개념

김영은은 지난 20여 년간 소리와 청취를 중심 매개로 삼아 한국 근현대사의 감각 구조와 제도화 과정을 탐구해온 작가이다. 그의 작업은 단순히 사운드를 매체로 활용하는 차원을 넘어, 소리가 사회적·정치적·역사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규범화되고 위계화되어 왔는지를 추적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근대화, 식민화, 군사주의, 이주와 디아스포라의 경험 속에서 형성된 청각 체계와 감각의 질서를 비판적으로 되짚으며, 공식 역사와 제도적 기록에서 누락되거나 비가시화된 서사들을 청취의 행위를 통해 다시 호출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 방법론을 ‘소리 민족지학(sonic ethnography)’에 가깝게 확장해 왔다. 이는 현장 기록이나 음향 수집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와 장소에 축적된 감각적 기억과 권력 관계를 청각적 층위에서 재구성하는 방식이다. 김영은에게 소리는 하나의 물리적 현상인 동시에, 식민 권력과 제도적 번역, 문화적 동화 과정이 남긴 흔적을 드러내는 매개체이다. 그는 서구 중심의 시각 체계가 지배해 온 지식 생산 구조에 질문을 던지며, 청취를 또 다른 인식론적 실천으로 제안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져 온 작업들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작명소 레슨: 세 개의 트리트먼트』(2009)와 〈구술지대〉(2009),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2011)에서는 언어와 음성, 기호와 발화 사이의 불완전한 관계를 탐색하며, 소리 이전의 상태 혹은 의미가 고정되기 이전의 감각적 층위를 다뤘다. 이후 〈청음훈련〉(2022), 〈밝은 소리 A〉(2022), 〈오선보 이야기〉(2022) 등에서는 근대 음악 제도와 음계, 악보 체계, 번역된 음악 교육의 역사를 경유하며, ‘소리’가 어떻게 제도적 ‘음(音)’으로 변환되어 왔는지 추적한다. 여기서 작가의 관심은 음악 그 자체보다도, 음악을 가능하게 만든 규범과 기준, 그리고 그 과정에서 탈락하거나 왜곡된 감각의 흔적에 놓여 있다. 

김영은의 작업은 복원이나 향수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원본의 회복 불가능성을 인정한 상태에서, 번역과 이식, 오독과 변형이 반복된 자리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감각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사라진 소리, 이름 붙여지지 못한 감각, 기록되지 못한 진동들을 다시 들으려는 그의 시도는 단순한 아카이브 구축이 아니라, 청취를 통해 세계를 다시 사유하려는 비판적 실천에 가깝다. 김영은에게 청취란 정보를 수집하는 행위가 아니라, 역사와 감각의 틈새를 더듬으며 기존의 인식 체계를 재구성하는 윤리적 태도이자 예술적 방법론이다.

형식과 내용

김영은의 작업은 사운드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드로잉, 악보, 출판물, 아카이브 리서치 등 다양한 매체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전개된다. 그는 소리를 단독적인 청각 경험으로 제시하기보다, 특정한 공간과 신체, 시간의 감각 속에서 복합적으로 체험되는 환경으로 구성한다. 따라서 그의 작업에서 소리는 단순한 재생 음향이 아니라, 진동과 반향, 이동과 잔향을 포함한 물질적 현상으로 다뤄지며, 관객은 이를 통해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다시 감각하게 된다.

초기 작업에서는 언어와 발화 구조를 탐구하는 실험적 구성 방식이 두드러진다. 〈세미콜론;이 본 세계의 단위들〉(2011)은 발화되지 않는 문장부호들에게 각자의 목소리와 역할을 부여하며, 기호와 음성 사이의 관계를 음악극 형식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여러 채널의 사운드와 드로잉, 텍스트가 함께 구성된 이 작업은 언어 이전 혹은 언어 바깥의 감각 체계를 시청각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기의 작업들은 내레이션과 다성적 구조, 반복과 변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리의 물리적 특성과 언어적 의미가 충돌하거나 어긋나는 지점을 드러낸다.

이후 김영은은 청취와 공간의 관계를 보다 적극적으로 탐색하기 시작한다. 〈맞춤벽지음악〉(2014)이나 〈402호〉(2011)와 같은 퍼포먼스 및 사운드 설치 작업에서는 관객이 소리의 발원지를 직접 볼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고, 벽과 복도, 엘리베이터와 같은 건축적 구조를 음향적 장치로 활용한다. 관객은 들리지만 보이지 않는 소리를 따라 이동하거나, 반향과 거리감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을 상상하게 된다. 이처럼 김영은은 청취를 단순한 감각 경험이 아니라 공간적·신체적 추론 과정으로 전환시키며, 소리와 공간, 시간의 관계를 하나의 조형 언어로 구축해왔다.

최근 작업에서는 영상과 사운드, 문헌 리서치가 결합된 에세이적 구성 방식이 더욱 두드러진다. 〈청음훈련〉(2022), 〈오선보 이야기〉(2022),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연작 등은 인터뷰, 내레이션, 재연 퍼포먼스, 아카이브 이미지와 사운드 자료 등을 병치하며, 근대 음악 제도와 번역된 청각 체계의 형성 과정을 탐색한다. 작가는 다큐멘터리적 서술과 허구적 재구성을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단일한 역사 서술을 해체하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누락과 오독, 감각적 불일치를 드러낸다. 이러한 작업 방식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관객 스스로 듣고 해석하며 감각의 구조를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청취의 장을 형성한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영은의 작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사운드아트, 실험영화, 퍼포먼스, 리서치 기반 작업을 가로지르며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해왔다. 특히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상대적으로 시각 중심의 담론이 우세했던 환경 속에서, 그는 일관되게 ‘듣기’와 ‘청취’를 중심 감각으로 제안하며 독특한 작업 지형을 형성해왔다. 그의 작업은 사운드를 조형적 효과나 기술적 매체로 소비하는 경향과 거리를 두며, 청각 경험이 형성되는 사회적·역사적 조건 자체를 탐구 대상으로 삼아왔다. 이러한 태도는 국내 사운드아트 담론을 확장시키는 동시에, 동시대 미술 안에서 청각적 감각과 비가시적 경험의 정치성을 사유하는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해왔다.

김영은은 초기부터 대안공간과 실험적 플랫폼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자신만의 작업 방법론을 축적해왔다. 인사미술공간, 대안공간 루프,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문래예술공장 등에서 선보인 초기 작업들은 언어와 발화, 공간과 반향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다루며 이후 작업 세계의 토대를 형성했다. 이후 솔로몬 빌딩+케이크갤러리, 송은, M+, 광주비엔날레,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하면서도, 그는 특정 제도나 형식에 안착하기보다 리서치와 청취의 과정을 중심으로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는 사운드를 단일 장르로 한정하지 않고, 퍼포먼스와 영상, 출판과 아카이브 등 다양한 형식 사이를 유동적으로 횡단해온 그의 실천 방식과도 연결된다.

특히 2020년대 이후의 작업은 개인적 감각 연구를 넘어 식민 번역과 근대 음악 제도, 디아스포라와 이주 경험 등 보다 복합적인 역사적 층위로 확장되고 있다. 〈청음훈련〉, 〈오선보 이야기〉, ‘미래의 청취자들에게’ 연작은 근대 동아시아의 청각 체계와 번역된 음악 개념의 형성과정을 탐색하며, 청취를 역사적·정치적 감각으로 재배치한다. 최근에는 사운드와 언어, 기록과 기억 사이의 관계를 보다 장기적인 리서치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며, 단순한 전시 단위를 넘어 지속적인 연구 기반의 실천으로 작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김영은의 작업은 한국 동시대 미술에서 보기 드문 청각 중심의 예술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소리를 매체적 실험의 대상으로만 다루지 않고, 감각의 구조와 역사적 인식 체계를 재구성하는 비판적 도구로 확장해왔다. 또한 사운드아트와 시각예술, 영화와 퍼포먼스, 리서치와 아카이브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동시대 미술의 경계를 유연하게 가로질러왔다. 김영은의 작업 세계는 결국 ‘무엇을 들을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넘어, ‘무엇이 들리지 않도록 만들어졌는가’를 탐색하는 장기적인 청취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Works of Art

사라진 소리, 이름 붙여지지 못한 감각, 기록되지 못한 진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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