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 - K-ARTIST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

2020
단채널 비디오, 4K, 컬러, 스테레오
17분 17초

About The Work

유하나는 타자화된 존재와 그에 얽힌 정치적 맥락, 그리고 심리적 분열성에 주목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그는 오늘날 양극화와 타자화 현상에서 기인한 불안정한 상태를 시각적으로 탐구하고 현실을 패러디한 형태의 실험적 서사로 풀어냄으로써 심리-정치적 풍경을 조사하고 전복한다.

유하나는 실험영상, 단편영화, 머신러닝 기반 이미지, 게임 엔진, 설치를 오가며 작업한다. 그의 영상은 하나의 선형적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자료와 목소리, 가상의 장면과 기록 이미지를 병치하면서 불안정한 서사를 만든다. 이때 스토리텔링은 감정적 몰입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현실의 구조를 비틀어 보이게 만드는 방법에 가깝다. 실제 사건, 과학 실험, 뉴스 기사, 아카이브, 설화, 이론적 개념은 작품 안에서 서로 충돌하며, 관객은 명확한 결론보다 여러 층위의 불편한 연결을 마주하게 된다.

유하나의 작업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그 분류가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인간/비인간, 주체/대상, 안/밖, 정상/비정상처럼 익숙하게 나뉘어온 경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가 불안정해지거나 무너지는 순간을 따라가며, 오늘날의 사회가 타자를 어떻게 만들고, 가리고, 관리하는지 탐구한다. 

유하나의 작업에서 타자는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질서가 무엇을 보지 않기로 했는지를 되묻는 존재로 등장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동물권, 생태, 기술비판, 정치적 타자화의 문제를 하나의 방향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서로 얽힌 구조 속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개인전 (요약)

유하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엘보룸》(아쿠드갤러리, 베를린, 2022), 《챔버》(탈영역우정국, 서울, 2021), 《히스테릭 C》(디스쿠어스 베를린, 2020)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유하나는 《A Place Never Fully Held》(쿤스트베어케(KW), 베를린, 2025),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5》(성곡미술관, 서울, 2025), 제38회 트렌스미디알레 《(near) near but – far》(세계문화의집, 베를린, 2025), 《엘시와 마샬》(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4), 《비커밍 머신》(Artsect DAO 갤러리, 런던, 2023)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유하나는 2022년 베를린 아트 프라이즈를 수상하였다.

레지던시 (선정)

유하나는 오레스 레지던시(오로섬, 핀란드, 2022), 쿤스틀러하우스 루카스(독일, 2025) 등에 입주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유하나의 작품은 독일연방 현대미술 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양극화된 현실에 대한 패러디

주제와 개념

유하나의 작업은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고 분류하는 방식이 얼마나 인위적이며, 그 분류가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인간/비인간, 주체/대상, 안/밖, 정상/비정상처럼 익숙하게 나뉘어온 경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경계가 불안정해지거나 무너지는 순간을 따라가며, 오늘날의 사회가 타자를 어떻게 만들고, 가리고, 관리하는지를 영상과 설치로 탐구한다. 〈시체의 인류학(Anthropology of Dead Body)〉(2019)은 인간과 비인간, 물질과 비물질, 소중한 것과 버려지는 것 사이에 놓인 ‘시체’라는 개념을 통해, 분류와 위계가 작동하는 방식을 드러낸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동물과 인간, 기술과 생명, 통제와 불안의 관계를 다루는 작업으로 이어진다.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2020)은 러시아 낙농장에서 젖소에게 VR 헤드셋을 씌워 가상의 초원을 보여준 실험에서 출발한다. 유하나는 이 사건을 단순한 기술 사례로 다루지 않고, 소와 과학자, 환자와 상담가, 인간과 동물의 위치가 뒤섞이는 사변적 이야기로 재구성한다. 작품 속 소는 상담을 받고 가상현실을 처방받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이 인간인지 동물인지, 환자인지 상담가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 놓인다. 이 혼란은 비인간을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려는 기술적 장치가 결국 인간 사회 내부의 통제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개인전 《챔버》(탈영역우정국, 서울, 2021)는 유하나가 오랫동안 다뤄온 경계의 문제를 보다 구조적으로 확장한 전시다. ‘챔버’는 방, 실험실, 기관, 폐쇄된 공간을 뜻하면서 동시에 안과 밖의 구분을 전제하는 말이다. 작가는 이 공간적 개념을 통해 생명체가 특정한 영역 안에 배치되고, 관찰되고, 실험되고, 때로는 탈락하거나 이탈하는 상황을 다룬다. 〈낙하(The Fall)〉(2021)에서 머신러닝으로 학습된 가상의 쥐들은 66개의 방 안에서 과제를 수행하지만, 일부는 방 밖으로 이탈하고 곧 거대한 추락을 경험한다. 이때 이탈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정해진 시스템을 벗어나는 생명에게 주어지는 위험과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사건이 된다.
 
최근 작업으로 올수록 유하나는 서로 다른 역사적·정치적 맥락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폭력과 불협화음을 더 직접적으로 다룬다. 〈벌거벗은 생명(Bare Life)〉(2021)은 실험실 쥐의 고통을 감지하는 AI 기술과 얼굴을 가린 북향민 여성의 서사를 병치하며, 얼굴 없는 존재들의 고통을 가시화한다. 〈해부학 수업 챕터 2(Anatomy Class (Chap.2))〉(2023-2025)는 개구리 해부 실험에 대한 서로 다른 문화권의 기억과 일본군 731부대의 아카이브를 엮어, 교육, 과학, 폭력, 종의 차이가 어떻게 서로 다른 크기와 맥락에서 반복되는지 묻는다. 유하나의 작업에서 타자는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약자가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낸 질서가 무엇을 보지 않기로 했는지를 되묻는 존재로 등장한다.

형식과 내용

유하나는 실험영상, 단편영화, 머신러닝 기반 이미지, 게임 엔진, 설치를 오가며 작업한다. 그의 영상은 하나의 선형적 이야기를 전달하기보다, 서로 다른 자료와 목소리, 가상의 장면과 기록 이미지를 병치하면서 불안정한 서사를 만든다. 이때 스토리텔링은 감정적 몰입을 위한 장치라기보다, 현실의 구조를 비틀어 보이게 만드는 방법에 가깝다. 실제 사건, 과학 실험, 뉴스 기사, 아카이브, 설화, 이론적 개념은 작품 안에서 서로 충돌하며, 관객은 명확한 결론보다 여러 층위의 불편한 연결을 마주하게 된다.
 
〈시체의 인류학(Anthropology of Dead Body)〉은 이러한 형식적 특징을 잘 보여주는 초기 작업이다. 작품은 죽음과 시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내레이션은 오히려 단순하고 순진한 교육 영상처럼 진행된다. 이 차가운 말투와 과도한 분류의 방식은 대상에 대한 애도보다, 분류 자체가 만들어내는 폭력성을 드러낸다. 〈초원의 빛(Splendour in the Grass)〉에서도 작가는 러시아 낙농장의 VR 실험이라는 실제 사건을 출발점으로 삼아, 상담 장면, 의인화된 소, 목가적 이미지, 기술 장치를 결합한다. 이를 통해 비인간 동물의 복지라는 표면적 명분 뒤에 놓인 생산성, 통제, 착취의 구조가 드러난다.
 
《챔버》의 작업들은 영상과 설치의 공간적 조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낙하〉는 Unity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생성된 움직이는 이미지로, 쥐들의 움직임이 검은 선의 궤적으로 남으며 전시장 벽면에 펼쳐진다. 관객은 가상의 실험을 내려다보는 듯한 시점과 떨어지는 존재들의 위치를 오가는 감각을 경험한다. 이 작업에서 쥐의 움직임은 단순한 데이터나 행동 패턴이 아니라, 통제된 공간을 벗어나는 선, 실패와 생존이 겹치는 선, 시스템의 바깥을 잠시 드러내는 선으로 작동한다. 〈임의의반경의원(Arbitrary Radius Circle)〉(2021)은 한국의 쥐 둔갑 설화와 이상의 소설 『이상한 가역반응』을 참조하며, 원과 직선, 자연과 인공, 인간과 동물의 구분이 흔들리는 지점을 다룬다.
 
〈벌거벗은 생명(Bare Life)〉과 〈당신의 자유 노래(Your Freedom Song)〉(2022)는 유하나가 다루는 정치적 맥락을 더 분명하게 보여준다. 〈벌거벗은 생명〉은 쥐의 고통을 판독하는 AI 실험 영상, 해충 방제용 공기총 시연 영상, 북향민 여성의 증언을 엮어, 서로 다른 현실의 층위에 놓인 존재들이 어떻게 비슷한 방식으로 가려지고 대상화되는지를 보여준다. 《엘보룸》(아쿠드갤러리, 베를린, 2022)에서 함께 소개된 〈당신의 자유 노래〉는 한국의 정치적 가치와 애국주의적 이미지, 유튜브 문화, 전쟁과 폭력의 스펙터클을 풍자적으로 다룬다. 이 작업들에서 영상은 기록과 허구, 증언과 패러디, 현실과 온라인 퍼포먼스 사이를 오가며, 불안과 불편함이 반복되는 구조를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유하나는 기술이 무엇을 보이게 하고 무엇을 보이지 않게 만드는지, 그리고 그 기술이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재조직하는지에 집중한다. AI가 쥐의 고통을 감지하고, VR이 소의 불안을 관리하며, 머신러닝이 가상의 쥐에게 과제를 수행하게 하는 장면들은 모두 기술적 진보의 사례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유하나는 그 장면들을 통해 오히려 통제, 생산성, 감정 관리, 생명에 대한 위계적 판단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드러낸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시체의 인류학〉이 인간 중심적 분류 체계와 그 안의 위계를 문제 삼았다면, 〈초원의 빛〉은 인간과 동물, 기술과 생산성의 관계를 사변적 우화로 확장했다. 이후 《챔버》와 〈낙하〉, 〈임의의반경의원〉, 〈벌거벗은 생명〉은 실험실, 감옥, 경계, 탈출, 추락 같은 구조를 통해 안과 밖의 구분이 어떻게 생명을 규정하는지 탐구한다. 〈해부학 수업 챕터 2〉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과학 교육의 기억, 전쟁 범죄의 아카이브, 종을 가로지르는 폭력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흐름은 유하나가 특정한 소재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경계가 만들어지고 유지되고 붕괴되는 방식을 다양한 형식으로 추적해왔음을 보여준다.
 
유사한 뉴미디어 작업들이 기술적 이미지의 몰입감이나 시각적 새로움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유하나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제도적·정치적 조건을 함께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가상의 쥐, 상담받는 소, 얼굴을 가린 여성, 해부되는 개구리, 실험실의 동물은 모두 서로 다른 층위의 존재들이지만, 공통적으로 어떤 체계 안에서 이름 붙여지고 배치되고 관리된다. 유하나는 이들을 하나의 감상적 연민의 대상으로 묶지 않고, 서로 다른 경계의 틈에서 발생하는 불안정한 상태로 제시한다. 이 때문에 그의 작업은 동물권, 생태, 기술비판, 정치적 타자화의 문제를 하나의 방향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서로 얽힌 구조 속에서 바라보게 만든다. 유하나는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생명과 기술, 정치적 타자화, 비인간 존재의 감각을 다루는 실험적 영상 실천으로 작품세계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가고 있다.

Works of Art

양극화된 현실에 대한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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