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KIND, REWIND, DOUBLE BIND - K-ARTIST

BE KIND, REWIND, DOUBLE BIND

2026
복합 매체 설치, 5채널 비디오, 컬러, 2채널 사운드

About The Work

안광휘는 힙합 음악을 작가로서의 일상 혹은 비평적 오브제로 전유하고 재맥락하여 전시의 맥락에 재배치한다. 그는 가사와 랩, 비트와 영상을 통해 매체로서 힙합음악이 미술계 안에서 탈맥락화/재맥락화되는 과정을 가시화하며, 매체 환경이 제도에 따라 달라지는 예술/예술가의 가치와 역할에 관한 연구와 작업을 해오고 있다.

안광휘의 작업에서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지는 힙합은 기득권에 대한 반항심과 사회 비판적 정서에서 시작됐지만, 딱히 자본주의를 거스르지 않고 주류 문화에 편입하고자 하는 욕망도 숨기지 않는다. 안광휘는 작가로서의 삶과 온라인에서 유통되고 부유하는 여러 이미지를 대하는 자신의 반응과 생각을 힙합 문화의 양면적 태도에 비유하며 작업을 전개해 왔다. 

또한 작가는 매체로서의 힙합음악을 활용하며 미술 제도의 경계를 실험한다. 그에게 있어 ‘미술 제도’는 전시장이나 미술관을 넘어, ‘예술’을 규정하는 체계를 의미한다. 그의 작업은 힙합 음악을 전시함으로써 그 체계의 경계를 구체화시켜보고, 또 확장해보며 제도 내부의 것들과 헛점을 노출시킨다. 따라서 안광휘의 작업에서 힙합은 하나의 장르가 아닌 전시를 작동시키는 하나의 매체로서 다루어진다. 

한편, 안광휘는 최근 일상에서 점차 비중이 커지고 있는 인공지능(AI)를 일상 매체의 비평 장치로서도 활용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알고리즘 생성은 샘플링과 비교되며 저자성의 분산을 드러내는 요소가 되고, 데이터 편향이나 반복성 같은 기술의 한계 역시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비판적 태도를 드러내기 위한 서사로 활용된다. 

이렇듯 안광휘의 작업 안에서 예술의 행정적 절차, 제도를 지탱해온 언어와 형식은 힙합의 리듬과 충돌하며 변형된다. 작가는 그 리듬 안으로 관객을 초대함으로써 예술의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지 주체적으로 질문하도록 유도한다.

개인전 (요약)

안광휘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BE KIND, REWIND, DOUBLE BIND》(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6), 《Palimpsest》(우석갤러리, 서울, 2024), 《쇼 다운》(디스위켄드룸, 서울, 2020), 《Noise Cancelling》(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9)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안광휘는 《글짓, 쓰는 예술》(북서울미술관, 서울, 2026), 《휴》(환기미술관, 서울, 2025), 《습습하하》(아트스페이스 보안, 서울, 2024),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경북대미술관, 대구, 2022), 《노래하는 사람》(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1), 《퍼폼 2019: 린킨아웃》(일민미술관, 서울, 2019), 《가역반응》(SeMA 벙커,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과 스크리닝 및 퍼포먼스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안광휘는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2025), 캔파운데이션 명륜동 작업실(2023-2024), 서울문화재단 금천예술공장(2022-2023),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2017) 등 다수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안광휘의 작품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캔파운데이션,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힙합’을 통한 예술의 재맥락화

주제와 개념

안광휘의 작업은 미술 제도 안에서 ‘힙합’이라는 바깥의 언어를 호출해, 예술이 무엇으로 규정되고 작가는 어떤 위치에 놓이는지를 묻는 데서 출발한다. 그에게 힙합은 단순한 음악 장르가 아니라, 제도와 매체 환경, 작가의 생계와 정체성, 중심과 주변의 관계를 드러내는 비평적 장치다. 안광휘는 랩, 비트, 가사, 영상, 자막을 전시 공간 안에 배치하면서 힙합 음악이 미술 제도 안에서 탈맥락화되고 다시 재맥락화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Noise Cancelling》(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서울, 2019)은 이러한 문제의식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개인전으로, 작가는 힙합의 방법론을 통해 인터넷 이미지, 밈, 자전적 서사, 미술 제도의 조건을 하나의 전시적 경험으로 구성했다.
 
안광휘가 힙합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경험한 세대적·매체적 환경과도 연결된다.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2000년대 초중반은 케이블 TV와 인터넷, 개인 음악 공유 플랫폼이 확산되며 언더그라운드 음악과 독립 음악 신이 대중적으로 가시화되던 시기였다. 안광휘는 이 환경 속에서 힙합을 접했고, 인터넷에 떠도는 이미지와 사운드, 맥락이 제거된 문화적 파편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 경험은 《The Pathetic Rhymes》(인스턴트루프, 서울, 2017), 《Show Down》(디스위켄드룸, 서울, 2020), 〈Remix: Greatest Hits of The Pathetic Rhymes〉(2021) 등으로 이어지며, 작가가 예술가로 살아가며 느끼는 좌절, 자기비하, 생계의 압박, 제도와의 거리감을 힙합의 언어로 전환하는 기반이 된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힙합을 미술로 번역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그 번역 과정에서 발생하는 균열과 오역이다. 안광휘는 자신이 직접 블록 파티를 경험한 세대나 지역에 속하지 않고, 주류 힙합 신의 내부자도 아니라는 조건을 결핍으로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는 간접 경험과 오해, 자의적 해석에서 생기는 어긋남을 작업의 동력으로 삼는다. 《The Pathetic Studio of The Pathetic Label》(금천예술공장, 서울, 2022)에서는 블록 파티에 이어 ‘레이블 스튜디오’라는 가상의 제도를 설정하고, 비교적 동질적인 미술계 구성원들을 하나의 “소수집단”처럼 호출한다. 이때 전시 공간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공장이라기보다, 특정한 제도와 취향, 관계망 안에서 작동하는 폐쇄적이면서도 유동적인 공동체의 무대가 된다.
 
최근 작업에서 안광휘는 미술 제도의 언어 자체를 더욱 직접적으로 흔든다. 싱글 〈ASFS〉(2024)는 작가 소개라는 제도의 필수 문서를 랩의 형식으로 바꾸며, 명확하고 논리적인 작가 서술이 요구되는 구조를 비트와 리듬, 의미의 비약으로 분절한다. 〈Untitled 13 Tracks – Nanji〉(2025)는 이러한 전략을 더욱 확장한 작업으로, 문서, 음악, 영상, 전시장 환경 사이에서 의미가 안정되지 않는 상태를 만든다. 《BE KIND, REWIND, DOUBLE BIND》(코리아나미술관, 서울, 2026)에서는 서구 미술사와 힙합 문화가 한국에서 수용되어온 과정을 겹쳐 보며, ‘가짜’와 ‘무근본’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중 구속의 상황을 예술 작업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안광휘는 이 딜레마를 해소하기보다, 그 안에서 제도의 안과 밖이 서로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준다.

형식과 내용

안광휘는 음악, 영상, 가사, 자막, 퍼포먼스, 설치, 온라인 플랫폼, 음반, 강연, 라운드테이블 등을 오가며 작업한다. 그의 작업에서 힙합은 들리는 음악인 동시에 읽히는 텍스트이고, 보는 영상이며, 전시 공간을 채우는 공기이기도 하다. 작가는 랩과 비트를 통해 자신의 서사를 직접 전달하지만, 화면 속 이미지는 인터넷 밈, GIF, 아스키 아트, 게임 이미지, 셀프카메라, 자동차 안에서 촬영된 장면처럼 일상적이고 부유하는 시각물로 구성된다. 이러한 이미지들은 명확한 설명을 제공하기보다, 가사와 함께 겹치고 어긋나면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이미지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을 드러낸다.
 
《Noise Cancelling》에서 작가는 전시 공간을 힙합의 기원적 장소인 블록 파티처럼 전유한다. 블록 파티는 도로나 건물을 막고 지역 공동체가 모여 음악과 춤, 대화가 발생하는 장소였고, 안광휘에게는 전시 공간을 하나의 집단적 감각의 장으로 바꿀 수 있는 모델이 된다. 〈Noise Cancelling 비디오 리믹스〉(2019)와 〈Black Sheep Wall〉(2019)에서 음악과 영상, 텍스트, 사운드는 관객을 단순한 감상자로 두지 않고, 같은 공간 안에서 특정한 문제의식과 카타르시스를 공유하는 청중으로 만든다. 이때 노이즈 캔슬링은 단순히 소음을 제거하는 기술이 아니라, 삶의 굴곡과 제도적 소음에 반응하기 위해 또 다른 파동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태도로 작동한다.
 
〈Remix: Greatest Hits of The Pathetic Rhymes〉는 안광휘가 직접 제작한 힙합 트랙들을 기반으로 구성한 믹스셋 형식의 작업이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작된 곡들은 시기별로 다른 태도와 어조를 가지며, 밀레니얼 세대 예술가로서 경험하는 현실과 피로를 드러낸다. 《노래하는 사람》(대안공간 루프, 서울, 2021)에서 이 작업은 음악, 텍스트, 영상이 결합된 형태로 소개되었고, 관객은 힙합 음악과 현대미술의 작동 방식을 비교하며 작품에 접근하게 된다. 팬데믹 시기에는 관객이 개인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는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전시장 안에서 듣는 음악과 전시장 밖에서 듣는 음악의 차이를 체감하게 만들었다.
 
이후 작업에서는 제도적 형식에 대한 실험이 더욱 구체화된다. 〈렌티큘러(Lenticular)〉(2022), 〈인피닛 태깅(Infinite Tagging)〉(2022), 《The Pathetic Studio of The Pathetic Label》은 블록 파티보다 더 좁고 명확한 공동체, 즉 레이블 스튜디오라는 설정을 활용한다. 이 공간에는 컴퓨터 스테이션, 그래피티, 가사를 인쇄한 렌티큘러 굿즈, 가상의 레이블 구성원 초상화가 배치되며, 전시는 실제 음악 산업의 구조와 미술계의 오픈스튜디오 문화를 겹쳐 보게 만든다. 〈Desk Concert〉(2024)는 작가의 방 또는 작업실에서 진행되는 콘서트 형식을 취하지만, 실제 청중 없이 녹화된 기록으로만 존재한다. 여기서 AI가 생성한 랩, 라이브 방송을 흉내 내는 형식, 대중 플랫폼을 회피하는 태도는 미술 제도 안에서만 작동하는 ‘탁상 콘서트’의 역설을 드러낸다.

지형도와 지속성

안광휘는 힙합이 가진 샘플링, 리믹스, 디제잉, 블록 파티의 방법론을 통해 미술 제도가 작동하는 방식 자체를 다시 보게 만든다. 힙합은 거리에서 출발한 주변부의 언어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음악 산업의 핵심 장르이자 자본의 중요한 회로가 되었다. 반면 동시대 미술은 비상업적이고 순수한 창작의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원금, 전시, 경매, 아트페어, 제도적 승인 안에서 작동한다. 안광휘는 이 두 영역의 모순을 맞물리게 하며, 중심과 주변, 돈이 되는 장르와 돈이 되지 않는 척하는 제도 사이의 긴장을 작업의 핵심 구조로 삼는다.
 
작업의 흐름을 보면, 《Noise Cancelling》은 힙합을 통해 전시 공간을 블록 파티로 전환하고, 음악과 영상, 이미지의 리믹스를 통해 작가의 현실 감각을 드러낸 출발점이었다. 《Show Down》은 작가와 가장이라는 두 정체성 사이의 긴장, 그리고 전시장에서만 경험되는 음악을 통해 관객을 정치적 청중으로 묶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Remix: Greatest Hits of The Pathetic Rhymes〉와 《The Pathetic Studio of The Pathetic Label》은 힙합의 공동체적 형식과 레이블 구조를 전시장 안으로 가져오며, 미술계 내부의 작동 방식과 소속감을 다시 질문했다. 〈ASFS〉, 〈Desk Concert〉, 〈Untitled 13 Tracks – Nanji〉는 작가 소개, 콘서트, 포트폴리오, 전시장 사운드 환경 같은 제도적 형식을 흔들며, 예술의 언어가 어떻게 기능하고 실패하는지를 드러낸다.
 
유사한 사운드 기반 작업이나 미디어 작업들이 음악의 감각적 경험, 퍼포먼스의 현장성, 시청각적 몰입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면, 안광휘는 그보다 제도와 매체의 조건 자체를 더 집요하게 다룬다. 그의 작업에서 음악은 감상의 대상이기보다 제도를 테스트하는 도구이고, 랩은 자기표현이면서 동시에 작가 소개, 포트폴리오, 전시 서사의 문법을 교란하는 장치다. 또한 AI 생성 랩이나 인터넷 이미지, 밈, 리믹스 문화는 기술적 유행이나 시각적 장식으로 소비되지 않고, 저자성의 분산, 데이터 편향, 반복성, 대중 플랫폼과 미술 제도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활용된다. 이 때문에 안광휘의 작업은 힙합의 형식을 빌리지만, 궁극적으로는 예술이 제도 안에서 어떻게 가치화되고, 어떤 언어가 안과 밖을 나누는지를 묻는 실천에 가깝다. 안광휘는 힙합이라는 바깥의 언어를 통해 미술 제도의 내부를 계속 흔들며, 음악과 영상, 글쓰기와 전시 형식 사이에서 독자적인 비평적 무대를 만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Works of Art

‘힙합’을 통한 예술의 재맥락화

Exhibi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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