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형의 작업은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조각, 렉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신체와 사물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행적 구조가 자리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자신의 신체를 직접 무대 위에 등장시키며 의료용 마네킹, 운동기구, 산업 장비와 상호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신체는 단순한 표현의 매체가 아니라 사물을 작동시키고 연결하는 일종의 장치(dispositif)로 기능했다. 정금형의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연극이나 무용처럼 극적인 서사나 감정 표현에 집중하기보다, 반복적인 움직임과 훈련된 동작, 설명과 시연의 과정 속에서 긴장과 어색함을 생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에게 완결된 장면보다 불완전한 과정 자체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형식적 특징 중 하나는 ‘튜토리얼’과 ‘매뉴얼’의 구조를 차용한다는 점이다. 〈휘트니스 가이드〉, 〈심폐소생술 연습〉, 〈가이드 투어〉, 〈컨디션 체크〉 등에서 정금형은 무언가를 설명하고 시연하며, 관객에게 특정한 규칙과 절차를 전달한다. 그러나 그 설명은 언제나 완벽한 기능 수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실패와 오작동, 어색한 순간들을 드러낸다.
그의 퍼포먼스는 효율적인 기술 습득이나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튜토리얼과 달리, 작동하지 않는 과정과 불완전한 실행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로 인해 정금형의 작업은 교육적 형식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그 형식 자체를 비틀고 해체하는 독특한 긴장을 형성한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정금형의 작업은 라이브 퍼포먼스 중심의 형식에서 점차 전시와 설치 중심의 구조로 확장되었다. 《개인소장품》 이후 등장한 전시들은 퍼포먼스에 사용되던 사물과 기계, 인형, 부품들을 전시장 안에 배열하고 재구성하면서, 퍼포먼스 이후의 시간성과 사물의 존재감을 전경화한다. 《스파 & 뷰티》, 《Upgrade in Progress》, 《Under Maintenance》, 《장난감 프로토타입》 등에서 관객은 조립되거나 분해된 상태의 기계와 인형들, 수리 중인 부품들, 반복 재생되는 영상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들은 단순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사물들이 스스로 공연하고 있는 듯한 새로운 수행적 공간을 만든다. 특히 전시장 안에서 반복되는 영상 루프와 기계의 배치는 라이브 퍼포먼스의 일회성을 다른 방식의 시간성으로 전환시키며, 퍼포먼스와 설치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최근 작업에서 정금형은 로봇 공학, 원격 장치, DIY 기계 조립과 같은 기술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첨단 기술의 완성도나 기능성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금형은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기계, 미완성 상태의 장치,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시스템을 통해 인간적 욕망과 신체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그의 기계들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산업적 기계라기보다, 인간의 감정과 집착이 투사된 기형적 파트너에 가깝다. 이처럼 정금형은 퍼포먼스와 설치, 기계와 신체, 설명과 실패 사이를 오가며 동시대 퍼포먼스의 형식을 독자적으로 확장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