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으로 가는 문 - K-ARTIST

여름으로 가는 문

2018
2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4분 30초

About The Work

무진형제는 문학, 미술, 사진을 전공한 삼형제(정무진(b. 1979), 정효영(b. 1983), 정영돈(b. 1988))가 결성한 협업 그룹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삶과 그 이면에 잠재한 구조적 조건을 탐구해 왔다. 

이들의 작업은 노동자, 청년, 노인, 예술가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인물 자체보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질서와 감각이다. 현실에서 길어 올린 경험은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하며 낯설고 기이한 우화로 변주되고, 이를 통해 익숙한 일상은 다시 질문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특히 무진형제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기억 속으로 침잠하는 노동의 흔적, 잊혀진 이야기와 전승, 더 이상 주목받지 않는 주변부의 삶은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작가는 역사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다시 호출하고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함으로써, 소멸 직전의 기억과 존재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의 작업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사라짐에 저항하는 서사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개인전 (요약)

무진형제는 문화비축기지(2023), 아트스페이스 풀(2019), 백남준아트센터와 아카이브 봄(2018), 스페이스 오뉴월(2016)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무진형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대구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두산갤러리와 브라질 비데오브라질 비엔날레 등 국내외의 기획단체전에 참여했다. 또한 전주국제영화제, 서울독립영화제, 알케미 필름 앤 무빙 이미지 페스티벌, 아테네 국제 영화·비디오 페스티벌, 브루클린 영화제, e-flux 스크리닝 룸 등 국내외 영화제와 스크리닝 프로그램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수상 (선정)

무진형제는 한네프켄-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코리안 비디오 아트 프로덕션 어워드(2019), 스페인 무빙 이미지 페스티벌 실험영화 부문 최고상(2020),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최고 구애상(2015)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무진형제는 국립현대미술관 창동레지던시 입주작가로 선정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무진형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서울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서서울미술관, 경기문화재단,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소멸 직전의 기억과 존재들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무진형제는 문학, 미술, 사진을 전공한 삼형제가 결성한 협업 그룹으로, 동시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삶과 그 이면에 잠재한 구조적 조건을 탐구해왔다. 이들의 작업은 노동자, 청년, 노인, 예술가와 같이 우리 주변에서 마주치는 평범한 인물들로부터 시작된다. 하지만 작가가 포착하는 것은 인물 자체보다 그들이 살아가는 세계의 질서와 감각이다. 현실에서 길어 올린 경험은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하며 낯설고 기이한 우화로 변주되고, 이를 통해 익숙한 일상은 다시 질문의 대상으로 전환된다.

무진형제의 영상에는 반복적으로 이름 없는 존재들이 등장한다. 〈적막의 시대〉의 ‘1902호 여자’, 〈결구〉의 노동자 M, 〈풍경(風經)〉의 형제들, 〈더미〉의 이토이토 할멈과 같은 인물들은 구체적인 개인인 동시에 사회가 만들어낸 역할과 조건을 상징하는 존재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거나 반복적인 노동을 지속하며, 때로는 목적을 잃은 채 세계의 가장자리를 배회한다. 작가는 이러한 인물들을 통해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부여하는 정체성과 삶의 조건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신화, 설화, 문학, 민담은 중요한 매개로 작동한다. 카프카의 오드라덱, 보르헤스의 상상 동물, 헤밍웨이의 소설, 동아시아의 전통적 상징체계 등은 현실과 허구를 연결하는 장치로 호출된다. 무진형제는 이러한 차용을 통해 특정 사건이나 사회현상을 직접 고발하기보다, 현실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와 욕망, 기억의 층위를 탐색한다. 허구적 존재와 비인간적 형상들은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판타지가 아니라 오히려 현실을 더 선명하게 드러내는 거울로 기능한다.

특히 무진형제의 작업은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준다. 재개발로 사라지는 마을, 기억 속으로 침잠하는 노동의 흔적, 잊혀진 이야기와 전승, 더 이상 주목받지 않는 주변부의 삶은 이들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주제이다.

작가는 역사의 중심이 아닌 가장자리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다시 호출하고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함으로써, 소멸 직전의 기억과 존재들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그들의 작업은 결국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불안과 희망, 그리고 사라짐에 저항하는 서사의 가능성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형식과 내용

무진형제에게 영상은 서사를 전달하는 수단인 동시에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다. 무진형제는 영상과 오브제, 드로잉, 사진, 슬라이드 프로젝션, 설치 장치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서사적 환경을 구현한다. 특히 전시 공간 안에서 영상과 물질적 요소를 병치하는 방식은 관객이 작품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을 넘어 서사의 내부를 직접 거닐도록 유도한다.

이들의 영상 언어는 영화적 서사와 미술적 이미지 사이를 가로지른다. 등장인물과 사건,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면서도 명확한 인과관계나 극적 결말을 제시하기보다 단편적인 장면과 상징적 이미지들을 중첩시켜 독특한 감각의 층위를 형성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종종 목적을 알 수 없는 행위를 반복하고, 관객은 서사를 따라가기보다 장면들 사이에 잠재한 정서와 의미를 더듬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현실과 환상,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무진형제 특유의 우화적 세계를 구축하는 중요한 형식적 장치로 기능한다.

무진형제의 작업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아날로그 매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다. 단채널 비디오와 디지털 영상뿐 아니라 35mm 필름, 슬라이드 프로젝션, S8 필름, 사진 아카이브 등 다양한 매체가 반복적으로 활용된다. 특히 '궤적(櫃迹)' 연작에서 나타나는 필름 슬라이드 설치는 기록과 기억, 분류와 보존이라는 작업의 주제를 형식적으로 확장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물리적 필름과 디지털 이미지가 공존하는 화면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재현 사이의 긴장을 시각화하며 시간의 축적과 소멸을 동시에 드러낸다.

이처럼 무진형제의 작업은 문학적 상상력, 영상적 서사, 설치적 공간 구성, 그리고 다양한 매체 실험이 교차하는 복합적 구조를 지닌다. 그들은 특정 매체의 형식적 완결성보다 각 작업이 필요로 하는 서사와 감각의 조건을 우선시하며, 영상과 공간, 이야기와 사물이 상호작용하는 환경을 구축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으로 하여금 하나의 작품을 보는 경험을 넘어,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현실과 허구가 교차하는 세계를 체험하도록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무진형제는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업에 이르기까지 동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의 삶과 그 이면에 놓인 사회적 조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왔다. 작품의 형식과 주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지만, 작가의 시선은 언제나 주변부의 이야기와 잊혀진 존재들, 그리고 일상을 구성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를 향해 있었다. 반복적인 노동을 수행하는 인물, 오래된 집에 머무는 노인, 사회의 가장자리를 배회하는 존재들은 서로 다른 작품 속에서 변주되며 무진형제 작업을 관통하는 축이 된다.

이들의 작업은 개인의 삶에 대한 관찰에서 출발해 점차 더 넓은 세계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어 왔다. 〈적막의 시대〉, 〈결구〉, 〈더미〉와 같은 초기 작업이 특정 인물의 삶과 내면에 집중했다면, 이후 작업들은 기억과 거주, 공동체와 역사,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보다 넓은 맥락에서 조망한다.

특히 '궤적(櫃迹)' 연작과 〈노인은 사자 꿈을 꾸고 있었다〉를 거치며 개인의 경험은 세대와 시간, 공간을 가로지르는 질문으로 확장되었고, 최근의 〈삼속(三俗)의 담(談)〉에서는 인간, 자연, 기술이라는 동시대적 조건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또한 무진형제의 작업에는 사라짐과 보존에 대한 관심이 일관되게 흐른다. 재개발로 소멸하는 장소, 기억 속으로 침잠하는 노동의 흔적, 전승되지 못한 이야기, 낡은 집과 아카이브 이미지 등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요 소재들이다. 작가는 이러한 흔적들을 단순히 복원하거나 기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시점에서 새롭게 재구성함으로써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접점을 만들어낸다. 이들에게 기억은 과거를 향한 향수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론이다.

무진형제의 작업 세계는 시간이 흐르며 점차 인간 중심의 서사에서 보다 복합적인 관계망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나 그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은 주변의 평범한 삶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작가는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작은 이야기와 사소한 흔적들을 통해 개인과 사회, 기억과 역사, 인간과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서사를 구축해 왔다.

Works of Art

소멸 직전의 기억과 존재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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