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2 - K-ARTIST

풍경 2

2024
캔버스에 유채
228 × 152 cm

About The Work

한성우의 작업은 매일 마주하지만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풍경과 사물의 이면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건물 옥상이나 뒤편에 놓인 냉각기, 오래된 벽과 바닥, 사람이 떠난 뒤의 공간, 이름 없이 남겨진 흔적처럼 전경에 가려진 대상을 화면 안으로 끌어온다. 

그는 도시의 전경이나 눈에 잘 띄는 풍경보다, 그 뒤편에 놓인 냉각기, 비어 있는 목공실, 낡은 벽과 바닥, 이름 없는 흔적, 기억 속에서 흐려지는 꽃처럼 부수적인 자리에 머무는 대상에 관심을 둔다. 이 대상들은 처음에는 실제 풍경과 사물로 출발했지만, 점차 작가의 감각과 기억, 회화적 행위를 거치며 추상과 구상의 사이에 놓인 장면으로 변화해 나간다. 

요컨대 한성우는 풍경을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그리기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상태로 다룬다. 그의 화면에서 물감은 대상을 묘사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받아낸 표면이고, 붓질은 이미지를 완성하는 수단이면서 그 완성을 계속 유보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의 어느 한쪽에 안정적으로 머물기보다, 대상이 드러나려는 순간과 사라지려는 순간을 함께 붙잡는다.

한성우의 회화는 대상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각과 흔적을 화면에 쌓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섬세한 붓질보다 나이프의 면, 대상의 원래 색보다 캔버스 위에서 비벼져 경계를 지우는 색을 사용하며, 대상의 외형보다 그 이면에 축적된 시간적 감각을 드러낸다. 이때 화면 위의 흔적들은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면서 형태를 모호하게 만들고,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개인전 (요약)

한성우가 개최한 개인전으로는 《지평선을 맴돌며》(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4), 《, 저기》(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2), 《균형》(송은아트큐브, 서울, 2020), 《대포08》(별관, 서울, 2019), 《가능한 장면》(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청주, 2017) 등이 있다.

그룹전 (요약)

또한 한성우는 《KEEP GOING #5》(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6), 《Painting Painting》(이유진갤러리, 서울, 2025), 《뒷모습》(프라이머리 프랙티스, 서울, 2024), 《어색한 낭만주의》(누크갤러리, 서울, 2023), 《Summer Love 2022》(송은, 서울, 2022), 《What If!》(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서울, 2021), 《몸짓을 따라가며, 주변을 배회하고, 중심에 다가서려는》(학고재 청담, 서울, 2020)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레지던시 (선정)

한성우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2024),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2023), 화이트블럭 천안창작촌(202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6)에 입주 작가로 활동한 바 있다.

작품소장 (선정)

한성우의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이름 없는 것들’을 붙잡는 방법으로서의 그리기

주제와 개념

한성우의 작업은 매일 마주하지만 쉽게 주목받지 못하는 풍경과 사물의 이면을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작가는 건물 옥상이나 뒤편에 놓인 냉각기, 오래된 벽과 바닥, 사람이 떠난 뒤의 공간, 이름 없이 남겨진 흔적처럼 전경에 가려진 대상을 화면 안으로 끌어온다.

초기 작업인 〈냉각탑〉(2013)의 냉각탑은 기능적 사물이면서도 작가에게는 “옥상 위에서 덩그러니 혼자 부르르 떨고 있는” 존재처럼 다가온다. 이는 단순한 도시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대상과 자신, 그리고 캔버스 사이의 간극을 감각하는 방식에 가깝다.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 대상이 어떤 정서와 분위기로 다가오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풍경을 회화의 출발점으로 삼아왔다. 
 
첫 개인전 《풍경-그림과 그리기》(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3)는 이러한 질문이 본격적으로 드러난 전시다. 한성우는 ‘풍경’이라는 단어가 특정한 장소의 재현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경이나 상황’을 둘러싼 시선과 감정까지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시기 작업에서 작가는 학교 캠퍼스, 건물 일부, 옥상 냉각기, 도서관에서 바라본 풍경 등을 통해 자신이 처한 환경과 심리적 상태를 동시에 탐색한다. 〈도서관에서 본 풍경〉(2013)은 실제 장소를 바탕으로 하지만, 그 풍경은 단순히 보이는 대상이 아니라 구조, 적막, 질감, 긴장감이 결합된 감각의 장으로 나타난다.
 
이후 한성우의 관심은 구체적인 대상의 재현에서 점차 이름 없는 흔적과 잠재적인 장면으로 이동한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에서 열린 《가능한 장면》(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2017)에서는 작업실, 오래된 내외부 공간, 낡고 빛바랜 주변 풍경에서 가져온 대상들이 두터운 물감의 층과 추상적인 이미지로 남겨진다.

이때 대상은 외형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물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떠오르고 변화하며 사라지는 감각에 가깝다. 작가는 이러한 대상을 캔버스 위에 붙잡아두기 위해 붓질, 나이프, 문지르기, 긁어내기 같은 행위를 반복하며, 재현적 이미지와 비재현적 형상 사이의 불확정한 상태를 만들어간다. 
 
2020년대 이후 작업에서는 ‘보이지 않는 이면’과 ‘이름 붙일 수 없는 대상’에 대한 관심이 더욱 열린 방향으로 확장된다. 《균형》(송은아트큐브, 2020)은 벽이나 바닥에 남은 흔적을 통해 대상과의 거리 감각을 조율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 저기》(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2)는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틈을 “저기”라는 지시대명사처럼 불확정적인 상태로 제시한다.

《지평선을 맴돌며》(에이라운지 컨템포러리, 2024)에서는 풍경이 특정 장소의 재현을 넘어, 기억과 감각의 파편을 통해 형성되는 내면적이고 회화적인 장면으로 확장된다. 한성우에게 풍경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보는 행위와 그리기의 과정 속에서 계속 생겨나고 사라지는 감각적 상태다. 

형식과 내용

한성우의 회화는 대상의 외형을 정확히 옮기기보다, 대상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감각과 흔적을 화면에 쌓아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초기에는 서양 건축 도감에서 본 고대·중세 건축물의 구조를 드로잉하며 선과 선이 이어지는 흐름에 집중했고, 이후 도심의 건물, 냉각탑, 학교 풍경, 목공실, 벽과 바닥의 흔적 등 자신이 실제로 마주한 주변의 장소로 관심을 옮겼다.

〈dissonance〉(2013)와 〈냉갑탑〉는 직선, 명도 대비, 차가운 색감, 두터운 물감의 충돌을 통해 대상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불안을 드러낸다. 작가는 테이프처럼 완벽한 선을 만드는 도구보다 자를 대고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방식을 택하며, 미처 마르지 않은 물감이 예상과 다르게 밀리고 충돌하며 남기는 흔적을 화면의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인다.
 
2010년대 중반 이후 한성우의 화면에서는 구체적인 풍경보다 물감의 물질성과 표면의 감각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무제〉(2016) 같은 작업에서 대상의 외연은 흐려지고, 물감이 문질러지고 긁히고 뭉개지는 과정이 전면화된다.

작가는 섬세한 붓질보다 나이프의 면, 대상의 원래 색보다 캔버스 위에서 비벼져 경계를 지우는 색을 사용하며, 대상의 외형보다 그 이면에 축적된 시간적 감각을 드러낸다. 이때 화면 위의 흔적들은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 되면서 형태를 모호하게 만들고, 동시에 구체적인 형상을 다시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균형》에서 작가는 이러한 표면의 문제를 두 가지 시리즈로 구체화한다. ‘사계-환절기’ 연작은 계절과 계절 사이, 언어로 고정되지 않는 시간인 환절기를 흔적의 방식으로 그려낸다. 상상한 장소를 그리고 지우는 제스처는 캔버스 위에 사건의 증거처럼 축적된다.

반면 ‘균형’ 연작은 작업실 내부의 벽을 경계로 나뉜 작업의 흔적을 실마리로 삼아 표면의 이미지를 보다 직접적으로 다룬다. 〈균형 (no.3, no.5, no.4)〉(2020)에서 세 폭의 화면은 서로 다른 질감과 색의 층을 통해 관객의 시선이 표면에 잠겼다가 다시 빠져나오게 만든다. 대상은 사라지는 듯하지만, 그 자리에 남는 것은 대상과의 거리, 보는 행위, 물감이 남긴 물리적 흔적이다.
 
《, 저기》 이후 한성우는 두터운 마티에르만을 밀고 나가기보다, 보다 얕은 표면, 목탄, 작은 화면, 꽃과 작업복 같은 구체적 대상, 구상과 추상을 오가는 여러 캔버스를 실험한다. 꽃은 작가에게 오래전부터 그리고 싶었지만 명확히 그릴 수 없는 대상이었고, “저기”라는 말은 특정할 수 없는 어떤 것을 가리키는 동시에 그릴 수 없는 것을 화면 안에 붙잡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대변한다.

《지평선을 맴돌며》에서는 작업이 ‘풍경’과 ‘장면’이라는 두 범주로 나뉘지만, 이 둘은 고정된 분류가 아니라 서로 전환될 수 있는 상태로 제시된다. ‘풍경’이 형상과 구성을 더 드러낸다면, ‘장면’은 붓질과 물감의 물성을 더 강조한다. 이처럼 한성우의 형식은 대상의 재현에서 출발해 표면의 흔적, 물질적 감각,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불확정성으로 확장되어 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한성우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핵심은 ‘보이지 않거나 쉽게 잊히는 것’을 그리는 태도다. 그는 도시의 전경이나 눈에 잘 띄는 풍경보다, 그 뒤편에 놓인 냉각기, 비어 있는 목공실, 낡은 벽과 바닥, 이름 없는 흔적, 기억 속에서 흐려지는 꽃처럼 부수적인 자리에 머무는 대상에 관심을 둔다. 이 대상들은 처음에는 실제 풍경과 사물로 출발했지만, 점차 작가의 감각과 기억, 회화적 행위를 거치며 추상과 구상의 사이에 놓인 장면으로 변화했다.
 
요컨대 한성우는 풍경을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그리기의 과정에서 생성되는 상태로 다룬다. 그의 화면에서 물감은 대상을 묘사하는 도구이면서 동시에 시간을 받아낸 표면이고, 붓질은 이미지를 완성하는 수단이면서 그 완성을 계속 유보하는 행위다. 그래서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의 어느 한쪽에 안정적으로 머물기보다, 대상이 드러나려는 순간과 사라지려는 순간을 함께 붙잡는다.
 
최근의 작업은 이 같은 흐름을 보다 유연한 방식으로 확장하고 있다. 《, 저기》에서 언어와 이미지 사이의 간극을 지시대명사처럼 열어두었다면, 《지평선을 맴돌며》에서는 지평선이라는 도달할 수 없는 경계를 통해 풍경의 가능성을 다시 사유한다. 이때 지평선은 특정한 장소의 끝이 아니라, 그림이 계속해서 향하지만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상태를 가리킨다.

한성우의 작업은 점차 두터운 마티에르와 익명의 흔적에서 출발해, 기억과 감각, 언어와 이미지, 풍경과 장면이 서로 오가는 더 열린 회화의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세계는 개인적인 감각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한국 동시대 회화 안에서 풍경과 추상, 물질성과 지각의 관계를 다시 묻는 지속적인 실천으로 읽힐 수 있다.

Works of Art

‘이름 없는 것들’을 붙잡는 방법으로서의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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