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준은 영화, 연극, 미디어아트에서 가져온 형식과 문법을 공간 안에서 교차시키며 작업해왔다. 연극 무대는 영화의 세트처럼 구성되고, 영상은 벽면이나 오브제와 결합하며, 사운드와 조명은 장면의 분위기와 시간의 흐름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장르를 결합하는 것 자체에 목적을 두기보다는 각 매체가 관람자의 감각과 행동을 조직하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Cinema Experience with Space without Screen》에서는 연극적 공간과 영화적 연출, 영상과 실제 오브제를 함께 배치해 가상성과 물질성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도록 했으며, 이러한 방식은 이후의 인터랙티브 설치에서도 지속적으로 확장되었다.
작품의 공간은 흔히 영화 세트나 공연 무대를 연상시키지만 관람자가 바라보는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오브제와 센서, 프로젝션, 스피커, 조명 등이 관람자의 움직임과 연동되면서 공간의 상태가 계속 달라진다. 〈Patho-〉에서는 일상적인 사물들이 블랙박스 안의 4×4 그리드에 배열되고, 관람자가 그 사이를 이동할 때 센서가 사운드를 작동시킨다.
단어와 일상의 소리, 빛과 그림자는 일정한 이야기를 완성하기보다 서로 다른 장면을 연상시키는 단서로 기능한다. 관람자는 이러한 단서들을 자신의 이동 경로에 따라 접하면서 분절된 정보를 재조합하고 각자의 장면과 서사를 만들어간다.
사운드는 박성준의 작업에서 서사를 조직하는 중요한 형식적 재료다. 〈#Tribunalism〉에서는 일상적인 대화, 뉴스나 영화에서 접할 법한 상투적인 문구, 재판과 심리를 연상시키는 목소리 등이 영화의 편집처럼 분절되고 반복된다. 각각의 말은 화자와 상황이 명확하게 제시되지 않은 채 공간을 떠돌며 심리적 긴장과 불안을 형성한다.
동시에 소파와 벽면 장식, 조명과 같은 구체적인 물질적 요소가 영화 세트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고, 관람자는 허구적으로 구성된 장면 속에 실제 몸을 위치시키게 된다. 박성준은 이처럼 영상 편집의 원리를 이미지에 한정하지 않고 말과 소리, 빛, 사물과 공간의 배열까지 확장해 사용한다.
관람 방식 역시 작품의 형식을 결정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박성준은 관람자를 정해진 위치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으로 두지 않고, 공간을 이동하고 장치를 작동시키며 장면의 구성에 개입하도록 한다. 《Cinema Experience with Space without Screen》에서는 실제 전시장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해 물리적 공간과 온라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관람 조건을 만들었다.
온라인에서는 시점과 경로를 관람자가 선택하고, 실제 공간에서는 어둠과 건축적 조건, 다른 사람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는다. 이처럼 그의 작업에서 형식은 특정 매체의 외형으로 고정되지 않으며, 관람자가 어떤 공간에서 무엇을 듣고 보고 움직이는지에 따라 작품의 내용과 경험이 함께 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