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의 생물군 - K-ARTIST

관악산의 생물군

2011
잉크젯 프린트
35 x 25.4 cm x (6)

About The Work

이병수는 구체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며 그곳에 축적된 다양한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고, 이를 새로운 관점에서 시각화해 허구의 장소로 재구성해 왔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도시의 일부부터 접근이 제한된 지역, 지도와 이미지로만 접할 수 있는 공간까지 우리의 경험과 인식이 온전히 닿지 못하는 장소들이다.

작가는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사건, 사회적 규칙을 추적하며 우리가 현실이라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조건에서 형성되는지를 질문한다. 사진, 영상, 기록물, 설치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실제와 허구, 가시적인 것과 감춰진 것의 경계는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문제로 자리한다.

특히 위성사진, 구글 어스, 3D 컴퓨터 그래픽스, VR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공간을 구성하면서도 매끄러운 환영을 완성하기보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조건과 흔적을 작품 안에 드러낸다. 관람 장치의 물질적 구조와 한계를 노출함으로써 가상 이미지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무엇에 의해 결정되는지를 되묻는다.

이병수의 작업은 장소특정적 실천과 다큐멘터리적 조사, 미디어아트와 제도 비평이 교차하는 지점에 놓여 있다. 새로운 기술과 사회적 환경 속에서 ‘무엇이 보이고 무엇이 감춰지는가’, ‘누가 특정 장소에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지속적으로 갱신하며, 현실을 구성하는 장소와 매체, 제도의 조건을 탐구해 왔다.

개인전 (요약)

이병수는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2),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2018), 인천아트플랫폼(2020), 탈영역우정국(2021),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202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이병수는 성곡미술관(2010), 경기도미술관(2012), 아트선재센터와 하이트컬렉션(2014),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일민미술관(2019), 인천아트플랫폼(2020),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2022) 등에서 열린 그룹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이병수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졸업전 대학원장상(2011)과 사이미술연구소·사이아트갤러리의 뉴디스코스 작가선정 대상(2012)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이병수는 금천예술공장(2010),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2012), 경기창작센터(2019), 인천아트플랫폼(2020) 레지던시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이병수의 작품은 서울대학교 조형연구소, 청주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청년예술청, 인천문화재단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실재와 허구, 가시성과 비가시성이 교차하는 지점

주제와 개념

이병수의 작업은 구체적인 장소를 관찰하고 조사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가 주목하는 장소는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도시의 일부이거나 접근이 제한된 지역, 지도와 이미지로만 접할 수 있는 공간처럼 우리의 경험과 인식이 완전히 닿지 못하는 곳들이다. 작가는 장소에 축적된 기억과 사건, 사회적 규칙을 추적하면서 우리가 현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어떤 조건 속에서 형성되는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실제와 허구, 보이는 것과 감춰진 것의 경계는 그의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끄는 핵심적인 문제로 자리해왔다.

초기 작업에서 이러한 관심은 일상의 장소에 허구적 서사를 개입시키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독산십이경〉에서는 독산동을 직접 걷고 기록한 사진에 낯선 지명과 이야기를 결합해 익숙한 도시를 새롭게 읽도록 했다. 실제 장소와 만들어진 이야기가 충돌하면서 기록은 객관적인 자료로 머물지 않고, 현실을 재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이어진 ‘관악산 호랑이 프로젝트’에서는 존재 가능성이 희박한 호랑이를 실제로 추적하고 조사하는 과정을 사건으로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호랑이의 존재를 증명하는 결과보다, 불가능하다고 미리 제외했던 상상과 믿음을 현실의 영역으로 불러들여 우리의 인식 체계를 흔드는 과정이다.

2010년대 후반부터 그의 관심은 디지털 기술이 장소와 현실을 경험하는 방식에 미치는 영향으로 확장된다. 〈잇따라서〉에서는 위성사진과 구글 어스, 3D 그래픽을 이용해 백두산과 천지의 이미지를 다시 구성했고, 《이음새없는세계》에서는 VR을 통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공간과 디지털 이미지로 경험되는 공간 사이의 간극을 탐색했다.

이때 기술은 현실을 더욱 정교하게 재현하기 위한 수단에 머물지 않는다. VR 속에서 관객이 무엇을 보고 어디에 있다고 느끼는지, 기술이 신체와 시선을 어디까지 허용하거나 제한하는지를 드러내며 매체가 우리의 현실 감각을 구성하는 방식 자체를 질문한다.

최근 작업에서 장소는 사회의 구조와 가치가 응축되어 있는 대상으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언더커런트》가 군사적 목적으로 만들어졌거나 용도를 상실한 시설을 통해 표면 아래 잠재된 불안과 위협을 다루었다면, 《벼룩 유령》은 극소수에게만 접근이 허용되는 스위스 자유무역항 포트 프랑을 통해 자본과 소유의 논리가 예술의 가치에 개입하는 방식을 추적한다.

일상의 도시에서 군사시설, 가상공간, 자유무역항으로 조사 대상은 계속 변화해왔지만, 이병수는 일관되게 장소의 표면 아래 감춰진 조건을 발견하고 이를 허구적 상황과 재구성된 이미지로 드러내왔다. 장소를 통해 현실의 빈틈을 찾아내고, 익숙한 세계를 다른 방식으로 보게 만드는 태도가 이병수 작업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형식과 내용

이병수는 사진, 영상, 기록물, 설치를 오가며 실제 장소를 조사하는 과정 자체를 작업의 형식으로 끌어들여 왔다. 초기에는 직접 걷고 방문하고 인터뷰하는 행위를 통해 장소를 경험한 뒤, 그 과정에서 얻은 사진과 증언, 문서에 허구적 이야기를 결합했다. 〈독산십이경〉에서 실제 독산동의 풍경에 새로 지은 지명과 이야기를 덧붙여 지역 안내물처럼 배포하거나, ‘관악산 호랑이 프로젝트’에서 전문가 인터뷰와 현장 조사를 기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때 기록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보존하는 수단에 머물지 않고, 작가가 설정한 사건을 현실 속에서 실행하고 다시 서사화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사실과 만들어진 이야기가 한 화면과 기록 안에서 맞물리는 구성은 익숙한 장소를 낯설게 바라보도록 만든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위성사진, 구글 어스, 3D 컴퓨터 그래픽스, VR 등 디지털 이미지 기술이 중요한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는다. 〈잇따라서〉는 백두산과 천지의 위성 이미지를 와이어프레임과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시 구성하며, 이미 존재하는 지도와 데이터가 장소를 어떻게 표상하는지를 탐색한다.

〈당신의 눈앞에〉, 〈이중 구속〉에서는 VR 영상과 전망대·망원경 형태의 구조물, 관객의 움직임이 하나의 작업 환경을 이룬다. 관객은 가상공간을 바라보는 동시에 좁은 구조물이나 다른 관람자의 움직임에 의해 신체적 제약을 경험한다. 이병수에게 VR은 완벽한 몰입을 제공하는 장비이면서, 이미지와 신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어긋남을 체감하게 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디지털 공간을 구성하는 방식에서도 작가는 매끄러운 환영을 완성하기보다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조건과 흔적을 작품 안에 남긴다. 〈우울한 렌더링〉과 〈이중 구속〉에는 실제 사물처럼 보이는 3D 오브젝트와 폐기물, 사고의 흔적을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등장하며, 〈스크린 케이브〉에서는 가상의 인간이 오래된 브라운관 화면 안을 끝없이 배회한다.

《이음새없는세계》의 VR 작업 역시 관람 장치의 물질적 구조와 제한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면서 가상 이미지가 현실과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지 질문한다. 특히 단순한 장비와 물리적 구조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방식은 디지털 기술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 동시에 그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최근 작업에서는 실제 자료를 바탕으로 허구의 영상과 전시 환경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방식이 두드러진다. 《벼룩 유령》의 〈자유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는 미술품 운송·보관 기업의 실제 정보를 활용해 가상의 기업 홍보 영상을 제작하고, 〈예술품을 수집하는 뉴비를 위한 안내서〉는 투자 교육 영상의 형식을 유아용 인형극과 결합한다. 〈매트릭스〉에서는 고급 목재 운송 상자를 반복 배치해 전시장을 포트 프랑의 거대한 보관시설처럼 전환한다.

이렇게 이병수는 다큐멘터리, 광고, 교육 영상, 가상 시뮬레이션처럼 현실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시각 형식을 차용하고 변형해 그 형식에 내재된 권력과 가치 판단을 드러낸다. 작업의 매체와 전시 방식은 전달 수단에 그치지 않고, 관객이 현실의 작동 방식을 다시 읽게 만든다.

지형도와 지속성

이병수의 작업은 2010년대 초 장소특정적 실천과 기록의 방법에서 출발해 디지털 이미지와 가상현실, 사회적 시스템에 대한 탐구로 범위를 넓혀왔다. 〈독산십이경〉에서 그는 독산동을 직접 걷고 관찰하며 일상의 도시 공간을 허구적 지명과 이야기로 다시 구성했고, ‘관악산 호랑이 프로젝트’에서는 불가능에 가까운 탐색을 실제 조사와 인터뷰의 과정으로 실행했다.

초기부터 장소는 고정된 배경으로 다뤄지지 않았으며, 경험과 기억, 상상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대상으로 제시되었다. 이러한 접근은 장소를 직접 경험하는 방식과 그것을 어떻게 기록하고 믿을 것인가를 함께 묻는 작업의 출발점이 되었다.

2010년대 후반에는 이러한 관심이 지도와 위성 이미지, 3D 컴퓨터 그래픽스, VR로 이어지면서 장소를 경험하는 조건 자체가 중요한 문제로 부상한다. 〈잇따라서〉가 구글 어스와 위성사진을 재구성하며 측량되고 데이터화된 공간의 의미를 살폈다면, 《이음새없는세계》의 작업들은 가상환경과 물리적 신체 사이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작가는 디지털 기술이 제공하는 몰입과 자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장치가 시선과 움직임을 조직하고 제한하는 방식까지 작업 안에 포함했다. ‘보급형’ 장비와 노출된 구조물을 적극 활용한 방식에서도 기술을 대하는 비판적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이병수의 관심은 장소를 구성하는 정치적·경제적 조건으로 더욱 확장된다. 《언더커런트》에서는 군사시설과 벙커처럼 안보와 불안의 역사가 새겨진 공간을 추적했고, 《벼룩 유령》에서는 스위스 자유무역항 포트 프랑을 통해 예술작품의 소유와 보관, 투자와 조세 제도가 결합하는 구조를 다뤘다.

조사 대상이 도시의 일상적 풍경에서 국경과 군사시설, 디지털 공간, 글로벌 자본의 폐쇄적 장소로 이동하면서 작가가 다루는 사회적 범위 역시 넓어졌다. 그럼에도 특정 장소를 조사하고, 그곳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는 규칙과 관계를 찾아내며, 사실과 허구를 교차시켜 다시 보여주는 방법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이병수의 작업은 장소특정적 실천과 다큐멘터리적 조사, 미디어아트와 제도 비평이 접속하는 지점에 위치한다. 사진과 기록으로 현실의 일부를 수집하던 초기 작업은 3D 이미지와 VR을 거쳐 가상의 홍보 영상과 전시장 전체를 활용한 설치로 확장되었지만, 매체의 변화가 기존의 문제의식을 단절시키지는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과 사회 환경이 등장할 때마다 ‘어떤 현실이 보이고 무엇이 감춰지는가’, ‘누가 그 장소에 접근하고 경험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갱신해왔다. 이병수 작업의 지속성은 이처럼 현실을 구성하는 장소와 매체, 제도의 조건을 오랜 시간 추적해온 탐구의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Works of Art

실재와 허구, 가시성과 비가시성이 교차하는 지점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