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PRODUCT: 사운드 테이블_0 - K-ARTIST

NEO PRODUCT: 사운드 테이블_0

2021
About The Work

후니다킴은 조각에서 출발해 설치, 영상, 웹아트, 사운드 아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탐구해 온 미술가이다. 메타미디어인 컴퓨터와 소리를 주요 매개로 삼으며, 기술 자체보다 기술의 사용으로 인해 변화하는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주목한다.

그의 작업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개입하면서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고 경험하는 방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탐구한다. 디지털 기술은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의 지각과 행동, 사고방식에 깊숙이 스며든 환경적 조건으로 작동한다. 후니다킴은 이러한 익숙한 조건을 흔들며 우리가 무엇을 실재로 받아들이는지, 그리고 그 실재가 어떤 감각과 관점에 의해 구성되는지를 되묻는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산업용 센서와 디지털 장치를 본래의 용도에서 분리해 인간의 감각을 재조정하는 ‘환경 인지 장치(Apparatus)’로 전환한다. 이를 통해 익숙한 풍경을 ‘위상이 변환된 풍경’으로 경험하게 하며, 하나의 확정된 세계 뒤에 서로 다른 인식의 가능성이 공존함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데이터스케이프가 ‘트리거’로 기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다른 감각으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우리가 의존해 온 인식의 조건을 의심하도록 촉발한다.

개인전 (요약)

후니다킴은 2013년 가나아트스페이스, 2016년 도쿄 소보, 2018년 페리지갤러리, 2021년 디스위켄드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후니다킴은 2008년과 2016년 도쿄 NTT 인터커뮤니케이션 센터[ICC], 2016년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7년 백남준아트센터, 2019년 일민미술관, 2021년 국립현대미술관과 송은, 2023년 국립현대미술관, 코리아나미술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후니다킴은 2021년 제21회 송은미술대상 본선 작가로 선정되었다.

Works of Art

사유체(思惟体)로서의 아파라투스

주제와 개념

후니다킴의 작업은 기술이 인간의 감각과 인지에 개입하면서 우리가 세계를 읽는 방식 자체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탐구한다. 그에게 디지털 기술은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도구에 머물지 않고 인간의 지각 체계와 행동, 사고방식에 깊숙이 침투한 환경적 조건이다. 스마트폰과 각종 센서처럼 일상에 밀착된 기술은 이미 신체 감각의 일부처럼 기능하지만, 우리는 그 매개 과정을 의식하지 않은 채 기술이 구성한 세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곤 한다.

후니다킴은 이러한 익숙함을 흔들어 우리가 무엇을 실재라고 믿는지, 그 실재가 누구의 감각과 관점에 의해 구성되어 있는지를 되묻는다. 그의 관심은 결국 기술 자체보다 기술과 결합하며 변화하는 인간의 감수성과 인식 방식에 놓여 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산업용 센서와 디지털 장치를 본래의 용도에서 떼어내 인간의 감각을 재조정하는 ‘환경 인지 장치’로 전환한다. 대표작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의 ‘데이터스케이프’는 자율주행 기술에 사용되는 라이다 센서로 물리적 공간을 데이터화하고, 이를 다시 영상과 소리로 변환해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익숙한 풍경을 ‘위상이 변환된 풍경’으로 경험하게 하며, 단일하고 확정적이라고 여겨온 세계의 이면에 서로 다른 인식 가능성이 공존할 수 있음을 드러낸다.

데이터스케이프가 ‘트리거’로 규정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품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낸다고 주장하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세계를 다른 감각으로 읽어보게 하면서 기존의 인식 조건을 의심하도록 촉발한다. 

‘보철’과 ‘이식’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신체의 문제로 구체화하는 핵심 개념이다. 후니다킴은 몸에 직접 붙어 있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끊임없이 휴대하고 의존하는 디지털 기기를 이미 감각에 이식된 보철처럼 바라본다. 디지털 장치는 인간이 감지할 수 없던 정보에 접근하게 하지만, 그만큼 기존의 감각을 무디게 할 가능성도 품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관계를 매끄러운 기술 경험으로 감추지 않고, 일부러 크고 무거우며 불편한 장치를 몸에 연결해 신체와 기계 사이의 어긋남을 분명하게 체감하도록 한다. 장치를 제거한 뒤 360도의 시야가 다시 인간의 시야로 좁아지고 주변의 움직임이 더 이상 소리로 들리지 않는 순간까지 작업의 경험에 포함함으로써, 확장된 감각과 축소된 감각 사이에서 자신의 신체를 새롭게 의식하게 한다. 

이러한 태도는 ‘네오 프로덕트(NEO PRODUCT)’와 인공지능에 관한 최근의 사유에서도 이어진다. 네오 프로덕트가 사용자의 생활 효율보다 관점의 전환과 자기 인식을 촉발하는 ‘사유체’로서의 프로덕트를 제안했다면, 인공지능을 다루는 글에서 작가는 GPT와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새로운 ‘감각의 보철물’이라는 관점으로 확장해 바라본다.

특히 파인튜닝이라는 개념을 인간이 기계와 관계 맺으며 새로운 해상력의 감각을 획득하는 과정과 연결하면서, 기술에 신체를 맡기는 문제와 새로운 능력을 얻는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한다. 기술을 낙관하거나 경계하는 어느 한쪽에 결론을 두기보다, 그것을 직접 장착하고 사용하고 의심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술이 함께 만들어가는 감각의 변화를 추적한다는 점이 후니다킴 작업의 정체성이다.

형식과 내용

후니다킴의 작업에서 소리와 공간은 초기부터 긴밀하게 결합해 왔다. 그는 필드 레코딩으로 채집한 일상의 소리를 직접 제작한 ‘사운드스케이프 장치(Soundscape Apparatus)’에 기록하고 재생하며, 여러 장치를 공간에 배치해 소리가 고정된 음원이 아니라 위치와 움직임에 따라 계속 달라지도록 구성했다.

작가가 이를 ‘공간 작곡’이라 부르는 것은 공간의 물리적 구조와 그 안을 이동하는 신체, 소리의 발생과 소멸을 함께 작곡의 요소로 다루기 때문이다. 이후의 작업에서도 관람객은 이미 완성된 소리를 듣는 데 머물지 않고 벽에 접근하거나 소리의 궤적을 따라 움직이며 공간의 음향적 관계를 직접 변화시킨다. 이때 발생한 소리는 관람객마다 다른 움직임에 따라 매번 새롭게 구성되며 기록이나 동일한 재현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이러한 공간적 접근은 점차 독립된 사물과 기계장치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후니다킴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스피커, 마이크로컨트롤러, 각종 센서, 3D 프린팅, 금속과 아크릴 등을 결합해 기능을 가진 듯 보이는 오브제를 제작한다. 〈디코딩을 위한 돌 #00〉은 샌드 3D 프린팅과 ToF·온도 센서, 스피커와 마이크로컨트롤러를 결합하며, 〈ATTUNE〉은 GPS 스마트폰 앱과 컴퓨터, 앰프, 스피커 등을 설치 구조 안에 연결한다.

‘네오 프로덕트(NEO PRODUCT)’에서 이러한 성격은 더욱 분명해진다. 가구나 생활용품을 연상시키는 익숙한 프로덕트의 외형과 사용 방식을 차용하면서도 실용성 대신 감각과 사고를 전환시키는 기능을 부여한다. 따라서 작품의 외형은 매끈하게 설계된 제품, 실험용 프로토타입, 조각과 전자기기 사이를 오가며, 기술적 기능과 조형적 형태가 서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제시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는 이러한 형식이 관람객의 신체를 포함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으로 확대된다. 높이 약 2m의 ‘데이터스케이프’ 내부에는 라이다 센서와 디스플레이, 컴퓨터, 8채널 스피커 등이 결합되어 있으며, 라이다가 360도로 읽어낸 거리와 위치 정보를 시각과 소리로 변환한다. 관람객은 장치를 몸에 연결한 채 미술관을 이동하면서 자신의 앞뿐 아니라 등 뒤의 공간과 대상의 움직임까지 데이터로 감지한다.

화면의 이미지, 사인파와 화이트 노이즈, 간헐적으로 개입하는 구체음은 기존의 눈과 귀가 받아들이던 공간을 전혀 다른 시청각적 구조로 재편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멀미와 무게감, 느려진 움직임 같은 신체적 불편까지 작품의 형식에 포함되어 기계와 신체가 서로의 리듬에 적응하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후니다킴이 설계하는 작품에는 기계장치 외에도 매뉴얼, 안내문, 퍼포머와 진행 절차가 적극적으로 포함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 관람객은 장치를 착용하기 전 『관점의 매뉴얼』과 『바라보고 읽어내는 장치』를 읽고 안전수칙과 운행법을 숙지한 뒤, ‘내비게이터’의 안내에 따라 정해진 시간 동안 장치를 경험한다. 이 문서들은 기계의 작동법만 설명하지 않고 “내가 움직이는가? 주변이 움직이는가?”와 같은 질문을 제시해 관람객이 자신의 감각을 미리 점검하도록 한다.

장치, 글, 음향, 신체적 이동, 대화와 절차가 서로 연결되면서 작품의 내용은 특정 이미지나 메시지에 집중되기보다 관람객이 작품과 접촉하는 과정 전체를 통해 전달된다. 후니다킴에게 인터페이스는 정보를 쉽게 전달하기 위한 표면에 그치지 않는다. 낯선 사용법을 익히고 몸을 조정하며 소리와 데이터를 해석하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읽는 방식이며, 관람객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감각과 기술 사이의 관계를 직접 시험하게 된다.

지형도와 지속성

후니다킴의 작업은 2000년대 이후 사운드아트와 미디어아트, 인터랙티브 설치, 기계 지각과 포스트휴먼을 둘러싼 논의가 교차하는 흐름 속에 놓여 있다. 그는 변화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작업에 끌어들이면서도 기술의 최신성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관심의 중심에는 기계가 세계를 감지하는 방식과 인간이 환경을 인식하는 방식 사이의 관계가 있으며, 이를 신체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해 왔다. 센서와 디지털 기술, 인터페이스는 이 관계를 드러내기 위한 매개로 사용된다. 특히 인간의 감각이 기술과 결합하면서 확장되고 동시에 일부 능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양가적인 상황은 최근 작업까지 이어지는 중요한 문제의식이다. 

초기 작업에서 이러한 관심은 주로 소리와 공간의 관계를 통해 나타났다. 필드 레코딩으로 수집한 소리를 '사운드스케이프 장치(Soundscape Apparatus)'에 기록하고, 여러 장치와 관람객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 안에서 다시 조합하는 방식은 작가가 말하는 ‘공간 작곡’의 출발점이 되었다. 이후 소리의 원천과 기술적 구조는 달라졌지만, 공간과 신체의 움직임에 따라 감각 경험이 실시간으로 변화한다는 원리는 유지된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도 관람객은 벽에 다가가고, 움직이는 대상의 궤적을 따라가며, 자신의 이동을 통해 소리를 발생시킨다. 초기의 사운드스케이프가 환경에서 채집한 소리를 공간 안에 재배치했다면, 데이터스케이프에서는 라이다가 포착한 공간 정보가 소리와 영상으로 변환되면서 ‘공간 작곡’의 범위가 기계 지각과 데이터의 문제까지 확장된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이러한 탐구가 ‘환경 인지 장치’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더욱 구체화된다. 2019년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프로토타입 실험은 〈디코딩을 위한 돌〉, 〈ATTUNE〉,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 등으로 이어졌으며, 장치는 점차 공간을 측정하는 기계에서 관람객의 몸과 결합하는 감각의 보철로 발전했다. 특히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에서는 데이터스케이프뿐 아니라 슈트, 매뉴얼, 내비게이터, 이식 절차까지 작업의 구성요소로 포함되면서 ‘작품을 본다’는 행위 자체가 다시 설계된다.

이런 방향은 동시대 미디어아트의 인터랙션과 기계 지각, 포스트휴먼에 관한 논의와 맞닿아 있다. 동시에 후니다킴은 인터랙션을 즉각적인 반응이나 기술적 몰입으로 단순화하지 않고, 일부러 낯선 인터페이스와 복잡한 사용법을 제시해 관람객이 자신의 신체와 기계 사이의 관계를 의식하게 만든다. 

최근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 역시 기존 작업과 단절된 전환으로 보기는 어렵다. GPT3와 자연어 기반 프롬프트 프로그래밍을 경험한 작가는 계산적 사고와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뤄왔던 디지털 기술의 문제를 ‘감각의 해상력’과 ‘파인튜닝’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했다. 그는 인공지능을 새로운 창작 도구로 사용하는 문제와 함께, 인간이 기계의 감각과 추론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자신의 능력으로 장착하게 될 것인지 질문한다.

소리에서 센서로, 센서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매체의 범위는 계속 넓어졌지만, 후니다킴의 작업을 관통하는 방향은 비교적 선명하다. 기술이 새롭게 감지하고 해석하는 세계를 인간의 신체와 접속시키고, 그 경험을 통해 기존의 감각과 인식 체계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것이다. 매체가 변할 때마다 새로운 장치와 인터페이스를 설계하면서 동일한 질문을 갱신해 온 과정이 그의 작업에 지속성을 부여한다. 

Works of Art

사유체(思惟体)로서의 아파라투스

Articles

Exhibitions

Activit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