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재의 사진은 실제 공간에서 이루어진 설치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아날로그적 제작 방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콜라주나 디지털 합성으로 화면을 구성하지 않고, 카펫, 나무, 쇠파이프, 스티로폼, 철판처럼 물성을 지닌 재료를 직접 수집하고 배치한 뒤 카메라의 화각에 맞추어 조정한다.
이렇게 구축된 3차원의 구조는 촬영되는 순간 2차원의 사진 평면으로 압축되며, 서로 다른 거리와 크기, 재질을 가진 사물들이 선과 면, 색채의 조합으로 다시 읽힌다. 실제 사물을 이용하면서도 화면에서는 공간의 깊이가 약화되거나 서로 떨어진 요소가 이어져 보이는 등 시각적 착시가 발생하며, 이는 조경재 사진의 중요한 형식적 특징을 이룬다.
작업의 구성은 완성된 설계도를 그대로 실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재료를 한곳에 모아 놓고 각각의 모양과 색, 질감, 무게를 관찰하면서 사물들이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를 탐색한다. 배치와 해체, 재배치를 반복하는 동안 무거움과 가벼움, 실제와 가상, 추상과 구상의 관계가 점차 구체화되고, 작업의 내용 역시 이 과정 속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사진 속 추상적인 화면은 즉흥적인 배열만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 물질의 성질을 이해하고 카메라의 시점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환되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한 결과에 해당한다. 초기 작업에서 선들이 카메라의 시점 안에서 만나고 색면이 사진 평면을 분할하며 리듬을 형성하는 구성 원리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제작 과정과 연결된다.
사진과 설치의 관계는 작업이 전개되면서 점차 밀접해졌다. 2013–14년 무렵에는 공간 구성의 일부를 촬영해 사진 평면 안의 조형적 관계를 강조했다면, 이후 〈사다리 004〉, 〈카펫 002〉, 〈5.5〉 등에서는 재료의 물성과 실제 공간의 구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드러난다.
《부서진 모서리》에서는 사진 속 선과 전시장에 설치된 쇠파이프, 실 등이 시각적으로 이어지며 사진의 구조가 실제 공간으로 뻗어나갔고, 《변형된 공간》에서도 사진을 지지하는 구조와 이미지 내부의 선이 교차하면서 2차원과 3차원의 관계가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관람자는 정면에서 사진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을 이동하며 시점을 바꾸고, 변화하는 구성을 신체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최근 작업에서는 사진, 설치, 사운드 등 서로 다른 형식 사이의 이동이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사진의 구조를 다른 물리적 매체로 변형하거나 해체하는 실험이 이어지는 가운데, 빛과 시간 역시 화면과 공간의 구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보이지 않는 배우들》에서 사물은 고정된 정물처럼 머무르지 않고, 빛의 변화와 주변 사물의 관계에 따라 서로 반응하는 존재처럼 제시된다.
카메라는 이 관계를 기록하는 동시에 거리와 각도,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구성을 만들어내는 장치로 기능한다. 조경재에게 형식은 사진·설치·사운드라는 매체적 경계보다는, 사물과 공간을 실제로 구축하고 관찰한 뒤 그것을 다시 시각적 관계로 조직하는 과정 속에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