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형 (b.1980) - K-ARTIST
정금형 (b.1980)

정금형은 퍼포먼스, 안무, 영상, 설치를 아우르며 활동하는 작가이다. 호서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연극트랙과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거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과 애니메이션을 공부했으며, 인간의 신체와 사물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개인전 (요약)

정금형은 런던 현대미술연구소(ICA, 2024), 모데나 시각예술재단(FMAV, 2020), 쿤스트할레 바젤(2019), 런던 델피나 파운데이션(2017), 테이트 모던(2017), 아뜰리에 에르메스(2016) 등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정금형은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미술전(2022), 쿤스탈 샤를로텐보리(2022), 제5회 우랄산업비엔날레(2019), 제9회 아시아퍼시픽트리엔날레(2018), 제6회 아테네비엔날레(2018), 아트스페이스 시드니(2017), 쿤스트할레 빈(2016), 뉴뮤지엄 트리엔날레(2015),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MACBA, 2015), 서울시립미술관(2015), 뷔르템베르기셔 쿤스트페어라인(WKV, 2014), 제10회 광주비엔날레(2014)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정금형은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2016), 취리히 테아터 슈펙타켈 칸토날방크 어크놀리지먼트 프라이즈(2014), 서울국제뉴미디어아트페스티벌 얼터너티브 비전 우수상(2009), 춘천국제마임축제 도깨비상(2007)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정금형은 인천아트플랫폼(2021), 델피나 파운데이션(2017),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레지던시(2016), 팍트 촐페어라인(2014), 아카데미 슐로스 솔리튜드(2013)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Works of Art

인간적 욕망과 신체의 불완전성에 대하여

주제와 개념

정금형의 작업은 인간과 사물 사이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기술과 신체의 관계라는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이 사물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보다, 인간이 사물에 어떤 욕망과 감정을 투사하는가에 있다. 의료용 마네킹, 운동기구, 진공청소기, 미용 도구, 원격 장치와 같은 사물들은 본래의 기능을 벗어나 작가와 교감하는 존재로 전환되고, 이 과정에서 인간의 욕망과 불안, 친밀감과 통제 욕구가 드러난다.

정금형은 기능적 사물을 살아 있는 존재처럼 다루면서도, 동시에 그것들이 끝내 인간이 부여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노출시킨다. 그의 작업은 인간과 기계의 공존을 낙관적으로 상상하기보다, 인간이 사물에 의존하고 감정을 투사하는 연약한 구조 자체를 드러내는 데 가까워 보인다.

초기 퍼포먼스들에서 정금형은 자신의 신체를 중심으로 사물과의 관계를 구축했다. 〈7가지 방법〉, 〈유압진동기〉, 〈휘트니스 가이드〉 등에서 그는 운동기구와 산업 장비, 의료 장치를 다루며 신체의 움직임을 과장하거나 왜곡했고, 관객은 그 관계를 통해 인간과 사물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목격하게 된다. 이후 〈심폐소생술 연습〉, 〈재활훈련〉, 〈소방 훈련 시나리오〉에 이르기까지 정금형은 훈련과 시뮬레이션, 반복과 실패의 구조를 지속적으로 호출했다.

특히 CPR 교육이나 재난 대응 훈련처럼 실제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은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개념적 장치로 기능한다. 정금형은 실제와 가짜, 훈련과 실전, 작동과 오작동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들며, 우리가 몸에 익혔다고 믿는 시스템과 기술이 얼마나 불완전한 기반 위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다.

2016년 《개인소장품》 이후 정금형의 작업은 퍼포머 자신의 신체에서 점차 인형, 기계, 부품, 장난감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기 시작한다. 이는 단순한 매체 변화라기보다, 인간의 욕망이 물질 속에 축적되고 증식되는 방식에 대한 탐구의 확장에 가깝다. 전시장에 배치된 사물들은 더 이상 단순한 소품이나 퍼포먼스 도구가 아니라, 작가의 욕망과 실패, 집착의 흔적을 담은 일종의 인벤토리로 기능한다.

조립되기를 기다리는 기계 부품, 분해된 신체 기관처럼 배열된 마네킹의 사지, 반복적으로 수리되고 업그레이드되는 로봇들은 모두 인간이 끊임없이 무언가를 완성하려는 욕망과, 그 욕망이 결코 완전한 형태에 도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최근 작업에서 정금형은 퍼포먼스와 전시 사이를 오가며, 관객에게 단순한 관람이 아닌 ‘목격’의 경험을 요구한다. 그의 퍼포먼스는 완결된 결과를 보여주기보다 실패와 시행착오, 오작동의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관객은 그 불완전한 순간을 함께 감각하게 된다. 이러한 태도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미래적 상상력으로 소비하는 대신, 인간의 신체와 감각, 욕망의 취약성과 우스꽝스러움을 직시하게 만든다.

결국 정금형의 작업은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통해 동시대 인간의 욕망 구조를 탐구하는 작업이며, 기능과 효율 중심의 시스템 바깥에서 작동하는 비합리적 감정과 집착의 풍경을 집요하게 드러내고 있다.

형식과 내용

정금형의 작업은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조각, 렉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넘나들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신체와 사물의 관계를 드러내는 수행적 구조가 자리한다.

초기 작업에서 그는 자신의 신체를 직접 무대 위에 등장시키며 의료용 마네킹, 운동기구, 산업 장비와 상호작용했고, 이 과정에서 신체는 단순한 표현의 매체가 아니라 사물을 작동시키고 연결하는 일종의 장치(dispositif)로 기능했다. 정금형의 퍼포먼스는 일반적인 연극이나 무용처럼 극적인 서사나 감정 표현에 집중하기보다, 반복적인 움직임과 훈련된 동작, 설명과 시연의 과정 속에서 긴장과 어색함을 생성한다. 이러한 방식은 관객에게 완결된 장면보다 불완전한 과정 자체를 경험하게 만든다.

그의 작업에서 중요한 형식적 특징 중 하나는 ‘튜토리얼’과 ‘매뉴얼’의 구조를 차용한다는 점이다. 〈휘트니스 가이드〉, 〈심폐소생술 연습〉, 〈가이드 투어〉, 〈컨디션 체크〉 등에서 정금형은 무언가를 설명하고 시연하며, 관객에게 특정한 규칙과 절차를 전달한다. 그러나 그 설명은 언제나 완벽한 기능 수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실패와 오작동, 어색한 순간들을 드러낸다.

그의 퍼포먼스는 효율적인 기술 습득이나 정보 전달을 목표로 하는 일반적인 튜토리얼과 달리, 작동하지 않는 과정과 불완전한 실행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킨다. 이로 인해 정금형의 작업은 교육적 형식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그 형식 자체를 비틀고 해체하는 독특한 긴장을 형성한다.

2010년대 후반 이후 정금형의 작업은 라이브 퍼포먼스 중심의 형식에서 점차 전시와 설치 중심의 구조로 확장되었다. 《개인소장품》 이후 등장한 전시들은 퍼포먼스에 사용되던 사물과 기계, 인형, 부품들을 전시장 안에 배열하고 재구성하면서, 퍼포먼스 이후의 시간성과 사물의 존재감을 전경화한다. 《스파 & 뷰티》, 《Upgrade in Progress》, 《Under Maintenance》, 《장난감 프로토타입》 등에서 관객은 조립되거나 분해된 상태의 기계와 인형들, 수리 중인 부품들, 반복 재생되는 영상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전시들은 단순한 기록의 차원을 넘어, 사물들이 스스로 공연하고 있는 듯한 새로운 수행적 공간을 만든다. 특히 전시장 안에서 반복되는 영상 루프와 기계의 배치는 라이브 퍼포먼스의 일회성을 다른 방식의 시간성으로 전환시키며, 퍼포먼스와 설치 사이의 경계를 흐린다.

최근 작업에서 정금형은 로봇 공학, 원격 장치, DIY 기계 조립과 같은 기술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첨단 기술의 완성도나 기능성을 과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정금형은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기계, 미완성 상태의 장치, 반복적으로 실패하는 시스템을 통해 인간적 욕망과 신체의 불완전성을 드러낸다.

그의 기계들은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산업적 기계라기보다, 인간의 감정과 집착이 투사된 기형적 파트너에 가깝다. 이처럼 정금형은 퍼포먼스와 설치, 기계와 신체, 설명과 실패 사이를 오가며 동시대 퍼포먼스의 형식을 독자적으로 확장해왔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금형의 작업은 지난 20여 년 동안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 조각을 넘나들며 변화해왔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인간과 사물 사이의 비정상적 친밀감에 대한 탐구가 지속되어 왔다. 초기 작업부터 최근의 로봇 설치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는 인간의 신체와 기계, 도구, 인형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를 반복적으로 호출하며, 그것이 어떻게 욕망과 통제, 실패와 집착의 구조로 연결되는지를 탐색해왔다.

특히 정금형은 특정한 서사나 캐릭터를 구축하기보다, 반복되는 행위와 훈련, 조립과 수리, 작동과 오작동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작업 세계를 점진적으로 확장시켜왔다. 그의 작업은 단절적인 변화보다는 이전 작업의 요소들이 다른 형식과 구조 속에서 재조립되며 이어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지속성은 정금형이 오랫동안 축적해온 사물과 장치들의 인벤토리에서도 드러난다. 의료용 마네킹, 운동기구, 진공청소기, 미용 도구, RC 장난감, 배터리와 모터, 원격 장치 등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라 작업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수행적 파트너들이다.

초기 퍼포먼스에서 사용되었던 사물들은 이후 전시에서 분해된 상태로 다시 등장하거나, 새로운 기계 구조 안에 편입되어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 《개인소장품》 이후 정금형의 전시는 이러한 사물들의 축적과 재배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고, 작업실과 수장고의 성격을 전시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이는 하나의 완결된 작품을 제시하기보다, 끊임없이 진행 중인 과정과 연구의 상태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에 가깝다.

정금형의 작업은 라이브 퍼포먼스에서 설치 중심의 전시 형식으로 점차 확장되어 왔지만, 그 변화 역시 단절이라기보다 수행성의 다른 층위를 탐구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전시들에서 관객은 작가의 신체 대신 조립되기를 기다리는 인형과 기계, 반복 재생되는 영상, 수리 중인 부품들과 마주하게 된다. 이는 퍼포먼스 이후 남겨진 흔적이 아니라, 사물 자체가 새로운 수행적 주체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반복되는 영상 루프와 기계의 느린 움직임은 라이브 퍼포먼스의 시간성을 전시장 안에 지속시키며, 관객에게 사건 이후의 시간, 혹은 계속 진행 중인 상태의 시간을 경험하게 만든다. 이러한 방식은 퍼포먼스와 설치, 기록과 현재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정금형 특유의 전시 언어를 형성한다.

최근 정금형은 로봇 공학과 DIY 기술, 원격 제어 시스템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작업의 물리적 규모와 복잡성을 확장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그의 작업은 여전히 완전한 작동이나 기술적 완성보다는 실패와 지연, 불안정한 관계에 더 큰 관심을 둔다.

정금형의 기계들은 언제나 인간의 신체와 감각을 닮아 있으면서도 끝내 완전한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하고, 그 불완전한 상태 속에서 인간의 욕망과 취약성을 드러낸다. 결국 정금형의 작업은 특정한 형식이나 매체에 고정되기보다, 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둘러싼 질문을 지속적으로 변형하고 확장해온 과정이라 할 수 있다.

Works of Art

인간적 욕망과 신체의 불완전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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