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Korea Artist Prize 2021》 © MMCA

오민의 작업은 기존의 매체나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이를 해체, 교차 또는 확장하는 실험성,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협업자-관람객의 관계 형성 방식과 그를 위한 태도, 근대적 시스템이 길들인 정형화된 시간성을 전복시키는 새로운 감각을 일깨우는 점으로 인해 흥미롭다.

작가의 작업에 관한 텍스트에 음악 용어와 개념이 주를 이루는 까닭에 미술 언어에 익숙한 관람객은 그 텍스트들을 다소 생소하게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민이 “음악의 보편적인 구조를 활용해 불안의 감각을 다루는 작가”이고, 음악적 요소가 작업의 본질이라기보다 상황과 사물을 ‘통제’하는 방법이나 재료라는 점을 이해하면 조금 다가가기 쉬워진다.

작가는 초기 작업이 “자기 고유의 통제 영역을 침범하는 외부의 힘에 대한 반감과 조소”를 담고 있고 이후 모든 작업에서 “규칙, 시스템, 의식, 위계 등 모든 통제의 방법을 고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소리 없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의 영상 작품은 작가가 가장 효율적인 방식으로써 선택한 음악적인 구성을 통해 퍼포머의 행위를 통제하고 이를 극도로 절제된 조형미로 영상화하여 미묘한 긴장감과 미적 쾌감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역설적으로, 작가의 작업이 더욱 흥미롭게 전개되는 시점은 작가 자신이 강박적으로 추구한 완벽한 통제가 타인과 우연의 개입으로 인해 흔들리는 순간부터다. 작가는 2010년까지 촬영, 녹음, 퍼포먼스, 내레이션, 작곡, 연주 등 작업 전 과정을 혼자 했으나, 시간을 ‘개념적으로 사유’하고 ‘재료로써 구성’하는 수행적 실험을 위해 시간예술에서 타 장르의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쌓는 동시에 적절한 거리와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타인과의 협업’은 궁극적으로 ‘작가의 욕망과 가치에 관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즉, 일방적인 지시에 따르는 일사불란한 퍼포먼스와 달리 협업은 “완벽한 통제를 포기하는 대신 새로운 영감을 얻거나 기술적 폭을 넓혀가는 즐거움을 발견”하면서 스스로 타협점을 찾아가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갈등과 충돌을 감수하고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견디는 예술가, 협업자, 관람객으로 형성된 일시적 공동체의 감각이 오민의 작업을 더욱 여유로우면서 단단하게 만든 것 같다.

작가는 최근 천착하고 있는 ‘시간의 속성에 대한 연구와 실험’을 위해 공연의 현존성과 이미지와 사운드를 결정화된 시간 속에 집적시킨 영상 간의 관계와 구조를 연구하면서 “신체가 시간을 감각하고 운용하고 소비하고 발생시키는 방식을 탐색한다. “이는 시간의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거나 사운드와 이미지를 통해 시간 감각을 생성시키거나 시간예술의 재료와 형식에 대한 다양한 질문 등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작가의 관심사는 다소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자신과 세계에 대한 관계의 (재)설정과 일상적 감각의 (재)구축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삶의 차원에 맞닿아 있다고 유추해본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상황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한 시공의 감각이 사실 오랫동안 사회 시스템에 길들여진 결과일 뿐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요소 사이의 새로운 연결성을 찾고 통제의 긴장과 협업의 유연함을 아우르며 기존의 틀과 규범을 넘어서는 새로운 의식과 감각을 연마하는 오민의 수행적 작업에서 거대한 사회의 시스템 속에서 개인적 주체성을 지키려는 수고로움이 느껴진다. 코로나19 이전의 세계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자명해진 지금, 기존의 담론을 재생하거나 시류에 편승하기보다 내면에 귀 기울이며 자신만의 방법론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작업이 기대된다는 이유로 오민을 2021 올해의 작가로 추천했다.

 
참고 문헌
기혜경·방혜진·안소연·주일우. 『2018 타이틀 매치: 이형구 vs. 오민』.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2018
방혜진. 「A/B: 오민X방혜진 대담」. 『오큘로』, 2016년 3월.
오민.『부재자, 참석자, 초청자』. 서울: 작업실유령, 2020.
오민. 『스코어 스코어』. 서울: 작업실유령, 2017.
이정선. 「오민, 음악의 구조를 실험하다」. 『헬로! 아티스트』. 2016년 12월 20일 자. 2021년 10월 1일 접속.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80967&cid=59154&categoryId=59154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