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빈의 작업은 2000년대부터 사진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서양화를 전공한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이미지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고, 촬영한 현실을 컴퓨터에서 변형·배치·구축하는 방식에 관심을 기울였다. 2008년 무렵의 작업에서도 현대 도시와 건축, 미술관의 풍경을 촬영한 뒤 색채와 공간을 재구성해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이미지를 선보였다. 이 시기에 자리 잡은 복수의 시점, 이미지의 왜곡과 합성, 회화적 질감의 도입은 이후 작업에서도 꾸준히 변주되는 주요 조형 어법이 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작업의 대상과 관심은 더욱 넓어졌다. 서울과 맨해튼의 도시 풍경에서 출발한 시선은 미술관과 문화시설, 이과수폭포와 와이키키 같은 관광지, 남극의 자연환경으로 확장되었다. 장소의 규모와 성격은 달라졌지만, 작가는 여러 위치에서 수집한 장면을 재구성하며 자신이 경험한 장소의 에너지와 그 안에 얽힌 욕망을 드러냈다.
특히 관광지와 남극을 다룬 작업에서는 아름다운 풍경의 이면에 자리한 관광 산업과 자본, 환경 문제까지 시야에 들어오며, 도시를 중심으로 다루던 초기의 관심이 사회와 문화의 작동 방식에 대한 탐구로 넓어졌다. 같은 시기 영상과 사운드 설치 등의 프로젝트도 병행하며 예술가의 욕망, 좌절, 자기인식과 같은 문제를 다른 매체로 풀어냈다.
2020년대에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사진의 제작 원리를 보다 명료하게 정리하는 한편, 회화를 주요 축으로 확장하고 있다. 사진에서는 여러 시점과 시간에 수집한 조각을 결합해 전체 풍경을 ‘만드는’ 방식이 이어지고, 회화에서는 여러 획을 집적하거나 특정한 획 위에 붓질을 반복해 형태와 질감을 축적한다. 작가가 사진과 회화에 공통적으로 적용한다고 설명하는 ‘수집’과 ‘수정’의 방식은 서로 다른 시기의 작업을 연결하는 중요한 단서다. 사진의 레이어 블렌딩이 이질적인 이미지들을 결합한다면, 회화의 글레이징과 덧칠을 반복하며 색채와 붓질이 축적되어 화면의 깊이를 형성한다.
최근 'One Stroke' 연작은 이러한 흐름을 회화 안에서 새롭게 구체화한다. 각기 다른 방향과 속도, 색을 지닌 붓질이 만나고 축적되면서 개별성과 관계, 생성과 변화의 의미를 만들어낸다. 초기 사진에서 수많은 이미지 파편을 조합해 시공간을 재구성했다면, 최근 회화에서는 붓질의 반복과 물감의 축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와 관계를 다룬다. 약 20년에 걸쳐 매체와 소재는 도시, 자연, 문화 공간, 디지털 이미지, 추상회화로 계속 확장되어 왔지만, 세계를 바라보고 수집한 요소를 다시 조직해 자신만의 ‘인식의 풍경’으로 제시한다는 태도는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