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양미술관에서는 4월 4일부터 7월 11일까지 《심리적 오브제(Psycho-objets)》전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미술관 앞 조각공원에 설치되어 있는 대형조각 〈자화상 Self Portrait〉의 작가 장 피에르 레이노(Jean-Pierre Raynaud)의 작품을 관통하는 키워드 ‘심리-오브제’에서 출발한다.
오브제란 물건을 뜻하며, 사유하는 주체가 인지하는 대상으로서 정신적인 것이 포함된 대상을 일컫는다. 오브제는 입체주의의 보조적 조형요소의 일부로 시작해 다다, 초현실주의, 누보 레알리즘, 네오다다, 팝아트, 미니멀 아트 그리고 개념미술 전반에 이르기까지 오브제가 나타난 양상은 실로 후기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사를 해석하는 한 축이 되어 왔다.
레이노는 레디메이드(ready-made) 소비재를 ‘오브제’로 사용하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제한된 영역 내에서 섬세하게 오브제를 선택하였다.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극대화 하는 등의 방식에서 거리를 두고 내면의 세계가 자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감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을 통해 인간 심층을 자극하였다.
그는 오브제를 뒤샹(Marcel Duchamp)처럼 개념의 전복을 위해 과격히 채택하지도 않았으며, 누보레알리스트나 팝 아티스트처럼 대량생산된 오브제의 속성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도 않았다. 현대 산업사회 속에서 개인에게 나타나는 개별적 심리적 상황의 표현에서 의미를 찾았다.
레디메이드(ready-made) 소비재를 매체로 사용하되,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하여 제한된 영역 내에서 섬세하게 오브제를 선택하였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거나 극대화 하는 등의 방식에서 거리를 두고 내면의 세계가 자발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감각적이고 은유적인 방식을 통해 인간 심층을 자극하는 방법에 주목하였다.
이것을, 문학 텍스트(Text)의 원조 없이는 시각적 오브제만으로는 자발적 소통이 힘든 현대미술의 피로성을 상쇄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하였다. 예술 역사의 서술에 있어서 그간 ‘수용자(관람자)’에 대한 고찰은 누락되고 소외되어 왔다. 시대정신은 포스트모더니즘적 의식의 해방을 부르짖지만 여전히 모더니즘적 사상과 감각이 익숙한 개인에게 그 간극은 낯설다.
‘문화적 차이에 대한 감수성을 단련하고, 통합될 수 없는 것을 그 자체로 견뎌낼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은 진정성을 담은 다원화된 사회의식 획득을 위한 최종 목적지이나, 여전히 수용자에게는 나침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위해, 본 전시에서는 예술 작품을 통해 ‘무엇’을 ‘감상’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하여, ‘감상’의 대상 자체를 전복해보기를 권한다. ‘작품을’이 아닌, ‘감각하고 있는 자신을’ 감상 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작품에 현시된 예술적 효과를 감상하는 동시에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투영되는 감각들을 알아채낼 때 비로소 우리는 예술작품 앞에서 주체로서 해석의 자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인간 정신 발전의 단계별 변화과정에서 언급한, 주체가 자유로워 질 때 비로소 어린아이와 같은 자발적 놀이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는 것과 동일선상이다. 피에르 노라(Pierre Nora) 역시 저서 『기억의 장소』를 통해 타자에 의해 기술된 거대 서사가 아닌, 개인의 경험과 기억의 파편을 모아 재구성된 역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갖는 가치를 이야기 하였다.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만큼 재미있고 생산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본 전시는 작가3인(김택기, 노동식, 정승)의 작품으로 구성되었고, 대부분 설치미술의 형식을 취하였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설치 형식은 신체적이고 심리적인 가치를 공감각적으로 수용케 한다. 설치에 사용된 오브제 자체에 대한 관찰에서 일어나는 환영 뿐만 아니라, 제시된 오브제를 작품에서 재맥락화하여 나와 관계된 이야기구조에 초점을 맞춰질 수 있는, 주체적이고 적극적인 감상의 매커니즘이 유도되는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이를 위해 개별 주제보다도 작품을 대면했을 시 ‘시적 감수성’이 즉가 감지되는 작품을 소개하는데 주력하였다. 작가마다 독특한 개별성과 작품의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였다. 하이브리드적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작가들인 만큼 다양하게 분화된 시선(viewpoint)을 개성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출품되는 작품에 있어, 작가들에게 구상으로만 존재했거나 스케치만으로 존재했던 작품들, 또한 현재 작가의 작업에 있어 새로운 도약 혹은 다음 단계로 발전시켜나가기 위한 전환점이 되는 작품들, 자신의 초기 작품의 되쇠김질을 통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되짚을 수 있는 작품 등을 함께 전시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세 명의 작가의 개인전이라 할 수 있을 만큼 8개월이 넘는 기간에 걸쳐 제작된 신작들이 함께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