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두 (b.1969) - K-ARTIST
정연두 (b.1969)

정연두는 진주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마틴 칼리지에서 조소과를 수료했다. 이후 런던대학교 골드 스미스 칼리지에서 미술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서울에 거주하며, 성균관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개인전 (요약)

정연두는 2001년 《보라매 댄스홀》(갤러리 루프, 서울)에서 첫 개인전을 개최하며 평범한 사람들의 낭만과 꿈을 사진을 통해 재현하는 작업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올해의 작가’로 선정되어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를 발표했고, 이 작업은 이듬해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소장되며 그의 국제적 위상을 높였다. 이후에도 그는 사진, 영상, 설치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을 선보여 왔다.

2010년 파리의 페로탱 갤러리에서 《Innerscape》를 열며 유럽 미술계에 존재감을 알렸고, 2012년 뉴욕 티나 킴 갤러리에서 《Inside Out》을 통해 뉴욕 관객과 만났다. 2014년 일본 미토예술관에서의 《Just Like the Road across the Earth》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폐허를 배경으로 VR과 설치를 결합한 새로운 감각의 작업을 선보였다. 2017년에는 미국 노턴 미술관에서 《Behind the Scenes》를 통해 작가의 연출성과 현실성이 교차하는 작업 세계를 집중 조명받았다.

최근에는 2022년 울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烏瞰圖 Crow’s Eye View》를 통해 조망과 권력, 시선의 구조를 재해석했고, 2023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현대차 시리즈로 선정되어 《백년 여행기》를 발표하며 한인 디아스포라의 서사, 멕시코 이민사, 판소리와 분라쿠, 마리아치 등 이질적 요소의 융합을 통해 다층적인 문화사적 풍경을 구성해냈다.

그룹전 (요약)

정연두는 2002년 광주비엔날레 《Pause》와 상하이비엔날레에 참여하며 국제 비엔날레 무대에 데뷔하였다. 2003년에는 이스탄불 비엔날레 《Poetic Justice》에 초청되었으며, 2005년에는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에 참가하여 《Secret Beyond the Door》 프로젝트를 통해 동시대 한국 작가로서 국제적 활동을 본격화했다.

이후에도 그는 세계 각국의 주요 기획전에 지속적으로 참여해왔다. 2007년 독일 ZKM의 《Thermocline of Art – New Asian Waves》에서는 아시아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개인적 서사를 구축하는 대표 작가로 평가받았고, 2011년 리움 삼성미술관의 《Korean Rhapsody》에서는 한국 근현대사의 기억을 다룬 작가로 소개되었다. 2015년 시애틀 미술관의 《Paradox of Place》와 201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Civilization: The Way We Live Now》, 2020년 이탈리아 팔라초 마냐니의 《True Fictions》에서도 다큐멘터리와 허구, 현실과 환영의 경계를 넘나드는 실험적 영상 작업으로 호평을 받았다.

2023년에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에서 열린 《The Shape of Time》에 초청되었고, 2024년에는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이메르시프의 《Decoding Korea》 전시에 참여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역사성과 동시대성을 함께 보여주는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수상 (선정)

2002년 상하이 비엔날레에서 아시아-유럽 문화재단상(Asia-Europe Culture Foundation Award)을 수상하며 국제 무대에서 처음으로 공식적인 인정을 받았고, 2007년에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한국 미술계 내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했다. 2008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여하는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을 받으며 공공미술과 실험미술 양쪽에서 균형 잡힌 활동을 이어가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이 외에도 2015년 프랑스 MAC/VAL 현대미술관, 2017년 홍콩 MILL6 재단 등에서 초청 레지던시 및 작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각국 기관의 후원 및 연구 지원을 받았다.

레지던시 (선정)

정연두는 일찍부터 국제적 시각을 바탕으로 레지던시 활동을 활발히 이어왔다. 2002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과 1A Space(홍콩)에서의 체류를 시작으로, 2003년 뉴욕 아트 오미(Art Omi), 2004년 프랑스 빌라 아르송(Villa Arson), 2006년 뉴욕 ISCP(International Studio & Curatorial Program), 2013년 미토예술관(일본), 2015년 프랑스 MAC/VAL, 2017년 홍콩 MILL6 CHAT 등에서 장단기 체류하며 각 지역의 사회적 역사적 맥락을 작품화했다. 이러한 체류는 그의 작품에 특정 지역의 정체성과 세계사적 문제의식을 동시에 반영하게 하는 중요한 창작 기반이 되었다.

작품소장 (선정)

정연두의 주요 작품들은 국내외 유수 미술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2007)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2008년 영구 소장되었고, 이후 도쿄도 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천·서울), 울산시립미술관, 포도뮤지엄 등에 주요 작업들이 수집되었다.

그의 작품은 공공미술의 비평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 그리고 실험성과 서사성을 동시에 갖춘 작업으로 평가받으며, 각 기관의 현대미술 컬렉션에서 주요 사례로 자리잡고 있다.

Works of Art

현실과 허구가 만나는 지점

주제와 개념

정연두의 작업은 현실과 허구가 만나는 지점에서 출발한다. 초기 사진 작업 〈영웅〉(1998)에서 그는 오토바이 배달원의 일상적 모습에 액션 영화의 포즈를 겹쳐 놓으며, 현실 속에 잠재된 또 다른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어지는 '내 사랑 지니'(2001–) 연작과 〈원더랜드〉(2004)에서는 평범한 개인의 꿈이나 어린이의 상상을 연출을 통해 실현된 장면으로 제시한다. 이때 꿈은 환상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비틀어보는 하나의 구체적 전망이다. 그는 인터뷰와 협업을 통해 타인의 서사를 수집하고, 이를 연출된 이미지로 번역함으로써 개인의 내면과 사회적 조건을 동시에 드러낸다.
 
〈상록타워〉(2001)는 이러한 관심을 도시 공간으로 확장한다. 동일한 구조의 아파트 안에서 살아가는 32가구의 거실을 촬영한 이 연작은 획일적 구조 속에서 드러나는 개별적 삶의 차이를 보여준다. 이 시기 정연두는 꿈과 일상, 이상과 현실의 대비를 통해 개인의 삶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을 가시화하는 데 집중했다. 현실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다른 장면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정적 상태로 다루어진다.
 
2007년 《올해의 작가 2007 - 정연두》(국립현대미술관, 2007)에서 발표된 ‘로케이션’ 연작과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2007)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한 단계 확장한다. 이제 관심은 개인의 꿈에서 ‘무대’ 자체로 이동한다.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는 70분 원테이크 영상과 그 촬영 장비를 동시에 전시하며, 재현의 장치와 현실의 공간을 병치한다. 관객은 완성된 이미지와 그것을 만들어낸 과정 사이를 오가며, 우리가 믿는 장면의 진위를 다시 묻게 된다.
 
2010년대 중반 이후 그는 전쟁, 이주, 재난과 같은 거시적 서사로 시선을 옮긴다. 〈여기와 저기 사이〉(2016), 〈Blind Perspective〉(2014), 〈높은 굽을 신은 소녀〉(2018), 〈소음 사중주〉(2019), 그리고 최근작 〈백년 여행기〉(2023)에 이르기까지, 그는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재구성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절이 아니라 확장이다. 초기 작업이 개인의 꿈을 통해 사회를 비추었다면, 최근 작업은 역사적 사건을 개인의 서사 속에서 다시 읽어낸다. 허구와 연출은 여전히 중요한 전략이지만, 그 목적은 타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한 공감의 장을 만드는 데 있다.

형식과 내용

정연두는 조소를 전공했지만, 주로 사진을 통해 자신의 언어를 구축한다. 그러나 그에게 매체는 목적이 아니라 도구다. 〈보라매 댄스홀〉(2001)은 사진 이미지를 벽지처럼 공간에 확장해 전시장을 하나의 무대로 전환했고,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에서는 영상과 설치를 결합해 촬영 현장 자체를 작품으로 제시했다. 그는 특정 장르에 머무르기보다,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형식을 선택해왔다.
 
연출은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 방법론이다. '내 사랑 지니' 연작에서 동일한 구도와 포즈를 반복해 현재와 미래를 병치한 방식, 〈로케이션〉에서 인공 조명과 소품을 통해 실제 풍경에 어색한 균열을 삽입한 전략, 〈도라 극장〉(2019)에서 여러 장의 사진을 중첩해 하나의 장면을 구성한 방식은 모두 연출을 통해 현실의 구조를 드러내는 시도다. 그는 조작을 숨기기보다 오히려 드러내며, 그 틈에서 관객의 인식을 흔든다.
 
2010년대 이후 작업에서는 다채널 영상, 사운드, 퍼포먼스, 무대 설치가 결합된 복합 매체 형식이 두드러진다. 〈고전과 신작〉(2018)은 서로 다른 세 인물의 서사를 3채널 영상으로 교차시키고, 〈소음 사중주〉는 네 지역의 역사적 경험을 4채널 영상과 사운드로 구성해 소리가 합주처럼 모이도록 설계했다. 〈Blind Perspective〉에서는 VR 장치를 활용해 폐허와 평화로운 풍경을 중첩시키며, 관객의 신체적 경험을 작품의 일부로 끌어들였다.
 
〈백년 여행기〉에서는 이러한 형식적 실험이 집약된다. 판소리, 기다유 분라쿠, 마리아치 공연을 연출한 4채널 영상 설치와 〈세대 초상〉, 〈날의 벽〉, 〈상상곡〉 등은 영상, 사운드, 조형 설치가 하나의 전시 구조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공간은 오페라의 구조처럼 전개되고, 이미지와 소리는 층을 이루며 관객을 둘러싼다. 초기의 사진적 타블로는 이제 공간 전체로 확장된 무대가 되었다.

지형도와 지속성

정연두는 사진을 기반으로 출발했지만, 약 30년의 경력 속에서 다큐멘터리와 퍼포먼스, 설치를 넘나들며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탐색해왔다. ‘연출’과 ‘관계’를 결합한다는 점에서 독특한 작품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작가는 단순히 환영을 만드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장치와 과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재현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내포한다.
 
또한 그의 작업은 관계 맺기의 과정에 기반한다. 〈내 사랑 지니〉에서 시작된 타인과의 협업 방식은 〈여기와 저기 사이〉, 〈높은 굽을 신은 소녀〉, 〈백년 여행기〉로 이어지며 점차 국제적 맥락으로 확장되었다. 그는 이주민, 디아스포라, 전쟁 경험자 등 낯선 타자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이를 연출된 무대 위에 올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서사를 대신 말하기보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교차하는 구조를 설계한다.
 
여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기술적 혁신이나 스펙터클에 집중하는 경우와 달리, 정연두는 기술을 관계의 매개로 사용한다. VR이나 다채널 영상은 몰입 효과를 위한 장치이면서도,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를 겹쳐 보여주기 위한 구조적 장치다. 그의 작업에서 매체의 확장은 곧 주제의 확장과 맞물린다.
 
초기에는 개인의 꿈을, 이후에는 사회적 기억과 역사적 이동을 다뤄왔지만, 그 중심에는 항상 ‘타인의 삶을 어떻게 상상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놓여 있다. 최근 해외 미술관과 국제 전시에서의 활동은 이러한 질문을 보다 넓은 맥락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그의 작업은 늘 관계와 공감이라는 축 위에서 전개되어 왔으며, 특정 지역의 문제를 다루면서도, 낯선 타자와 마주하는 동시대의 조건을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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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허구가 만나는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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