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of 《Ranpo》 © ARARIO GALLERY

아라리오갤러리는 2025년 11월 11일 상하이 공간에서 한국 작가 Aokizy(옥승철)의 개인전 《란포》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최근 회화와 조각 작품들을 중심으로 옥승철 특유의 시각 언어를 펼쳐 보이며, 이미지로 과포화된 오늘날의 디지털 시대 속에서 동아시아 문화의 혼종성과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관객을 초대한다.
 
전시 제목 《란포》는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이름을 창의적으로 음역한 일본 추리소설가 에도가와 란포(Edogawa Ranpo)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문화적 변형과 정체성 재구성이라는 주제를 환기한다. 동시에 문자 그대로의 의미인 ‘혼란스러운 걸음’은 동시대의 이미지 미로 속을 헤매는 심리적 혼란 상태를 생생하게 포착한다
 
옥승철의 작업은 만화를 고도로 규범화된 “시각-감정 문법 체계”로 보고 이를 고고학적으로 해부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작가가 즐겨 참고하는 배틀 소년만화의 격렬한 외침이나 극적인 충격 장면은 단순한 현실 묘사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를 우회해 관람자의 감정 핵심에 직접 작동하도록 설계된 복제 가능한 시각적 도구이다. 옥승철은 서사를 제거하고, 얼굴의 특징을 흐리며, 비어 있는 배경을 사용함으로써 한때 생생했던 표현들을 정지시키고 확대하며 분리해 그 도구적이고 산업적인 본질을 드러낸다.


Installation view of 《Ranpo》 © ARARIO GALLERY

이러한 맥락에서 옥승철은 만화 서브컬처를 단순히 비평하는 위치를 넘어 현대 시각 커뮤니케이션 메커니즘을 해부하는 작가로 부상한다. 그는 감정이 어떻게 단순화되고 분류되며 빠르게 소비 가능한 상징적 상품으로 포장되는지, 대중 시각 문화의 내적 논리를 드러낸다. 그가 제시하는 “감정의 골격(emotional skeletons)”은 하나의 깊은 철학적 은유가 된다. 오늘날 감정의 표현과 경험은 점점 더 모듈화되고 상징화되며 소비 가능한 스펙터클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 이미지, 한국 웹툰, 그리고 다양한 문화적 자료에서 영감을 얻은 옥승철은 동시에 자신이 구축한 이미지 체계를 탐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Ranpo》는 “외부 샘플링”과 “자기 샘플링” 사이를 오가는 창작 방법일 뿐 아니라 문화적 혼종성에 대응하는 하나의 태도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가 상하이에서 개최된 것 역시 이러한 시각의 자연스러운 확장이다.

역사적 문화 교차 속에서 형성된 현대 대도시 상하이는 근대 이후 복합적인 정체성을 형성해 왔으며, 이는 한국이 지닌 다층적 문화 구조와 미묘하게 공명하며 동아시아가 공유하는 근대 경험을 반영한다. 특히 “만화”라는 개념 자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문화적 경계의 존재와 의미를 질문하는 동시에 이러한 초국가적 문화 형식들이 동아시아 전체의 집단적 기억과 역사적 무게를 얼마나 담고 있는지 탐구할 필요가 있다.

Re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