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승철은 디지털 이미지가
끊임없이 복제되고 변형되는 환경 속에서 ‘원본’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탐구한다. 그는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인터넷 이미지 등에서 발견되는 디지털 이미지를 출발점으로
삼고, 이를 재구성한 벡터 이미지를 하나의 새로운 원본으로 설정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초기 개인전 《언 오리지널》(기체,
2018)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 전시에서 그는 어린 시절 접했던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입시미술의 석고상 이미지를 조합해 새로운 디지털 원본을 생성하고, 이를 회화와 조각으로 옮기며 이미지의
기원과 복제 사이에 형성되는 긴장을 탐색했다.
초기 회화 작품인 〈Matador〉(2018), 〈Dealock〉(2018), 〈Mimic〉(2018)
등에서 나타나는 얼굴 이미지는 특정 서사나 인물성을 강조하기보다 이미지 자체의 조형적 구조를 드러낸다. 배경이 제거된 클로즈업 얼굴과 평면적인 색면은 캐릭터가 지닌 개별성을 지우는 동시에, 보는 이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감각을 유도한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지가
개인의 초상이라기보다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시각적 기호로 기능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개인전
《JPEG SUPPLY》(기체, 2020)에서 더욱 확장된다. 작가는 이 전시에서 인터넷 환경 속에서
빠르게 유통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가벼움과 회화·조각이 지닌 물질적 무게 사이의 대비를 드러냈다. 〈Screenshot〉(2020)과
같은 작업에서 디지털 원본 이미지는 회화나 판화, 굿즈 등 다양한 형태로 출력되며,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밈(meme)’처럼
여러 매체로 확산된다. 여기서 이미지의 원본성은 더 이상 고정된 기준이 아니라, 복제와 변형을 통해 지속적으로 갱신되는 상태로 이해된다.
최근 작업에서 이러한
관점은 이미지의 ‘되어가는 상태’라는 개념으로 이어진다. 개인전 《프로토타입》(롯데뮤지엄,
서울, 2025)에서 작가는 이미지가 복제, 변형, 삭제, 유통의 과정을 반복하며 계열적으로 파생되는 구조를 탐구했다. 〈Tylenol〉(2025), 〈Taste of green tea〉(2025), 〈Under the same mood〉(2025) 등은 반복되는 이미지가
감각을 무디게 하거나 다른 의미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가는 이미지가 더 이상 하나의
완결된 형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변형되고 호출되는 과정 속에서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