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 v.16: black and white - K-ARTIST

SET v.16: black and white

2019
벽면 페인팅, 액자에 넣은 지클레 프린트 포스터
가변크기(설치), 61 x 91 cm (포스터)


About The Work

김영나는 그래픽 디자인의 언어를 바탕으로 미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하며, 창작자의 역할과 작업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디자인은 시각적 결과물을 생산하는 기술인 동시에 주어진 상황을 관찰하고 문제를 해석하는 사고방식이다. 

김영나는 디자이너로서의 경험과 방법론을 미술관과 전시공간에 적용하면서, 디자인의 기능적 조건이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고정된 구분에 머물지 않으며, 프로젝트의 목적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관심사는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이미지에 내재한 질서, 기억, 의미의 관계이다. 포장지와 스티커, 인쇄물, 표지판 등 일상적인 시각 요소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면서 사물이 원래의 용도와 환경에서 벗어날 때 발생하는 낯선 관계를 탐색한다. 특히 색채와 형태, 문자와 기호가 사회적 관습에 따라 의미를 획득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익숙한 시각 언어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수집은 김영나에게 사물의 물리적 형태와 그것이 지닌 시간의 흔적을 함께 살피는 과정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물건을 축적하고, 기존의 맥락을 분리하거나 새로운 기준으로 배열하여 그 안에 잠재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개인전 (요약)

김영나는 KAIST 미술관(2026), 국제갤러리 부산(2024), 독일 베를린 에프레미디스(2023),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이니아대학교 현대미술관(2021),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2020), 두산갤러리 뉴욕(2015), 국립현대미술관 과천(2014)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그룹전 (요약)

김영나는 리스본 건축 트리엔날레(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19),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2017), 프랑스 파리 장식미술관(201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014),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2013),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2012), 이탈리아 밀라노 트리엔날레 디자인미술관(2011) 등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수상 (선정) 

김영나는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과 2013년 제4회 두산연강예술상을 수상했다.

레지던시 (선정) 

김영나는 2024년 아만트 시에나 레지던시와 2015년 두산레지던시 뉴욕에 참여했다.

작품소장 (선정) 

김영나의 작품과 출판물은 독일 디 노이에 잠룽 디자인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뉴욕 현대미술관 도서관, 파리 장식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에스토니아 타르투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Works of Art

익숙한 시각 언어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

주제와 개념

김영나는 그래픽 디자인의 언어를 바탕으로 미술과 디자인의 관계를 탐구하며, 창작자의 역할과 작업의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그의 작업에서 디자인은 시각적 결과물을 생산하는 기술인 동시에 주어진 상황을 관찰하고 문제를 해석하는 사고방식이다.

네덜란드 베르크플라츠 티포그라피에서 익힌 실용적 접근과 프로젝트 중심의 교육은 이러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김영나는 디자이너로서의 경험과 방법론을 미술관과 전시공간에 적용하면서, 디자인의 기능적 조건이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실험한다. 이 과정에서 작가와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고정된 구분에 머물지 않으며, 프로젝트의 목적과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한다.

그의 작업을 관통하는 주요 관심사는 일상에서 발견한 사물과 이미지에 내재한 질서, 기억, 의미의 관계이다. 포장지와 스티커, 인쇄물, 표지판 등 일상적인 시각 요소를 수집하고 재구성하면서 사물이 원래의 용도와 환경에서 벗어날 때 발생하는 낯선 관계를 탐색한다.

특히 색채와 형태, 문자와 기호가 사회적 관습에 따라 의미를 획득하는 방식에 주목하며, 익숙한 시각 언어에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부여한다. 2024년 혁오와 선셋 롤러코스터의 협업 앨범 〈AAA〉에서 아시아적 이미지를 관습적으로 표현해 온 서체를 재조합한 작업 역시 시각적 형식에 스며 있는 문화적 인식과 고정관념을 살피는 이러한 관심을 보여준다.

수집은 김영나에게 사물의 물리적 형태와 그것이 지닌 시간의 흔적을 함께 살피는 과정이다. 작가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발견한 이미지와 물건을 축적하고, 기존의 맥락을 분리하거나 새로운 기준으로 배열하여 그 안에 잠재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2020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개인전 《물체주머니》에서는 수집한 사물과 이미지에 깃든 기억을 관람객이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이처럼 작가가 구축하는 새로운 질서는 개인적인 기억에서 출발하면서도 관람자의 경험과 해석을 통해 확장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물의 의미가 달라지고, 평범한 기념품이 특별한 기억의 대상으로 변화하는 역설 역시 그의 작업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최근 김영나는 축적된 기록의 의미를 되짚는 동시에 즉흥성과 신체성, 시간의 경험으로 관심을 넓혀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수집과 아카이브의 지속성에 대해 다시 질문하기 시작했으며, 익숙한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는 ‘의도적인 낯섦’을 작업의 중요한 태도로 받아들였다.

베를린의 프로젝트 공간 LOOM에서는 관람객이 일정한 시간 동안 홀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하여 작품과 개인의 기억, 감각이 만나는 방식을 실험한다. 이러한 변화는 시각적 질서를 구축해 온 기존 작업과 연결되면서도, 불확실한 상황과 우연한 만남 속에서 새로운 의미가 발생하는 과정으로 그의 탐구를 확장하고 있다.

형식과 내용

김영나의 시각 언어는 색채, 기하학적 도형, 타이포그래피, 패턴, 기호 등 그래픽 디자인의 기본 요소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작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시각적 형식을 추출하고 분류한 뒤 새로운 조합과 배열을 통해 독자적인 구성을 만들어낸다. 강렬한 원색과 명료한 형태, 반복되는 패턴이 특징적이며, 인쇄와 편집 과정에서 사용되는 정렬, 비례, 반복의 원리를 조형적 방법으로 활용한다.

이러한 구성은 출판물의 지면에서 출발해 벽화, 회화, 조각, 공간 설치 등으로 확장되며 매체에 따라 서로 다른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개별 이미지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과정에는 형태를 선택하고 배치하는 디자이너의 판단이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대표적인 ‘SET’ 연작은 김영나의 디자인 방법론이 미술의 형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제작한 디자인 작업에서 색채와 기하학적 요소를 추출하고, 원래의 용도와 내용을 제거해 분류한 샘플북 〈SET〉(2015)을 제작했다. 이후 책의 페이지를 전시장 벽면에 확대하거나 재배열하면서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벽화 연작으로 발전시켰다.

2023년 〈SET v.24〉에서는 16m가 넘는 벽면을 활용해 이미지의 반복과 리듬을 강조했으며, 2024년 〈SET v.25: View N〉에서는 기존의 비례를 변형해 새로운 구성을 시도했다. 여기에서 파생된 ‘조각(Piece)’ 연작은 벽화의 일부를 캔버스로 옮겨, 이미지가 지면과 건축적 공간, 회화의 표면 사이를 이동하면서 갖게 되는 조형적 특성을 탐색한다.

2009년부터 이어온 ‘발견된 구성(Found Composition)’ 연작은 수집한 재료를 직접 다루고 조합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A4나 A5 크기의 종이를 바탕으로 스티커, 포장지, 봉투, 잡지 등 일상적인 인쇄물을 붙이고 떼거나 잘라내며 즉흥적인 화면을 구성한다. 이러한 작업은 디자인을 위한 스케치이자 독립적인 작품으로 기능하며, 수집된 재료의 형태와 촉감, 우연한 배열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2023년 《TESTER》와 2024년 《Easy Heavy》에서는 이러한 관심이 다양한 물성을 지닌 오브제와 회화로 확장되었다. 독촉 문구를 부드러운 모직으로 구현한 〈파이널 노티스〉(2023), 스티커의 글자를 떼어낸 빈자리를 회화적으로 표현한 〈OP.QUS·TRVWX·Y·Z〉(2024) 등은 문자와 이미지, 재료 사이에서 발생하는 감각적 차이를 드러낸다.

공간의 건축적 특성과 관람자의 움직임 또한 김영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조형 요소이다. 작가는 전시장의 기둥과 벽면, 높이와 동선 등을 관찰하고, 공간에 이미 존재하는 조건을 작품의 구성 원리로 활용한다. 《Easy Heavy》에서 선보인 〈H1276〉(2024)은 전시장 구조물의 높이인 127.6cm를 기준으로 벽면을 가로지르는 작품으로, 건축적 수치가 이미지의 배열과 설치 방식을 결정한다.

이러한 공간적 접근은 2026년 KAIST 미술관 개인전 《느슨한 시간》에서 더욱 감각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 옥상의 기둥과 계단, 바닥에 설치된 거울을 활용한 세 작품은 관람객이 걷고 오르내리며 시선을 옮기는 과정에서 바람과 하늘, 자신의 모습을 경험하도록 구성되었다. 작품의 형식이 관람자의 신체적 경험과 주변 환경의 변화에 따라 완성된다는 점에서 그의 매체 실험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형도와 지속성

김영나의 작업은 그래픽 디자인을 출발점으로 출판, 전시, 공간 기획, 설치와 퍼포먼스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2006년 네덜란드 베르크플라츠 티포그라피에 진학한 이후,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교육 환경에서 독립적인 창작 방식을 발전시켰다. 2008년 제로원디자인센터에서 기획한 《스타팅 프롬 제로》와 계간 〈그래픽〉의 편집 및 아트 디렉팅은 이러한 실천을 보여주는 초기 활동이다.

이후 2011년 갤러리 팩토리 개인전 《발견된 개요》에서 기존 작업을 새로운 시각적 구성으로 재해석하고, 2012년 문화역서울284에서 선보인 〈일시적인 작업실〉에서는 실제 작업 과정을 전시 형식으로 공개했다. 디자인을 제작하고 유통하는 과정 자체가 작업의 내용이 될 수 있다는 관심은 이 시기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2010년대 중반 이후에는 이전의 디자인 작업을 수집하고 재편집하는 활동이 본격적인 연작으로 발전했다. 2015년 두산갤러리 뉴욕 개인전에서 선보인 ‘SET’는 과거의 디자인을 새로운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면서, 축적된 기록이 현재의 창작과 연결되는 방식을 구체화했다. 이후 서로 다른 전시공간에 맞춰 구성과 비례를 변화시키는 작업을 이어가며 연작의 범위를 확장했다.

2020년 《물체주머니》에서는 일상 사물의 수집과 기억을 관람객의 경험으로 연결했고, 2023년 《TESTER》에서는 아카이브 193점과 신작을 함께 제시해 과거와 현재의 작업을 다시 살펴보았다. 2024년 《Easy Heavy》에 이르러서는 기존 이미지의 재구성과 함께 재료의 물성, 신체 노동, 공간적 조건이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되었다. 이처럼 이전 작업을 반복적으로 불러오고 새로운 형식으로 변형하는 과정은 작가의 주요한 창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베를린으로 활동 기반을 넓힌 이후에는 작업의 결과물과 함께 그것을 경험하는 시간과 상황이 더욱 중요해졌다. 2022년부터 운영해 온 프로젝트 공간 LOOM은 작가의 작업실이자 전시와 협업을 위한 공간으로, 예약한 방문객이 홀로 일정한 시간을 보내는 방식을 통해 작품과 관람자의 관계를 새롭게 구성한다. 이러한 실천은 2012년부터 이어온 ‘일시적인 작업실’ 작업과 연결되면서 개인적인 공간의 공개, 체류 시간, 참여자의 역할에 대한 탐구로 발전했다.

2024년 이탈리아 키우수레에서 진행한 ‘일시적인 키우수레 우체국’ 프로젝트 역시 일상적 기능을 상실한 우체국에서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수집하고 3년 후 전달하도록 기획한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사물에 담긴 기억은 과거의 기록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의 시간과 연결되며, 낯선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만남과 경험이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김영나의 작업이 지속되는 방식은 기존에 구축한 시각 언어를 유지하면서도 그 사용 조건을 끊임없이 갱신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출판물의 편집과 아카이브에서 출발한 관심은 점차 공간의 구조와 재료의 물성, 관람자의 신체와 시간의 흐름으로 확대되었다. 2026년 《느슨한 시간》은 이러한 변화가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로, 자연환경과 관람자의 움직임을 통해 시각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감각과 경험을 환기한다.

최근에는 수집한 자료를 계속 축적하는 일과 함께 기존의 것을 재사용하거나 변형하고, 때로는 사라지도록 두는 가능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매체와 활동 영역이 변화하는 동안에도 주어진 상황을 관찰하고 새로운 관계를 발견하려는 태도는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이러한 지속성은 정해진 형식의 반복보다는 매번 달라지는 환경에 대응하며 스스로의 방법론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형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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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시각 언어의 새로운 해석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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